[송재우의필드오브드림]고졸투수역사26년씁쓸한기록의이면

입력 2008-04-0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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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프로야구가 국내에 소개된 지 27년째를 맞이했다. 그동안 프로야구를 거쳐간 선수들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수년간 각 팀의 신인 선수 드래프트를 살펴보면 1라운드 지명된 선수들은 거의 고교 투수들이 많다. 어느 팀이나 투수 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하는 팀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그만큼 좋은 투수들은 스카우트들의 1차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기억이 맞다면 프로야구 1호 고졸 투수는 84년 해태 타이거즈에서 데뷔한 광주일고 출신의 문희수 선수일 것이다. 고졸 출신 투수들의 프로야구 역사도 꽤 오래됐다는 얘기다. 그러다 문득 이들이 26년간 쌓아올린 기록들이 궁금해졌다. 투수들의 주요 역대 기록을 살펴보고 약간의 놀라움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최다경기 출장 부문에는 1위에 순천상고 출신의 조웅천이 이름을 올려 체면치레를 했지만 그 이외에는 일본에 진출한 임창용이 상위 10걸에 유일했다. 경기당 실점률 부분에는 어느 누구도 10위내에 없다. 다승에는 정민철,김상진,김원형 정도가, 세이브 부분에는 역시 임창용이 유일하다. 최다이닝에는 정민철과 김원형 만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탈삼진에서는 얼마 전 은퇴한 주형광을 포함해 절반인 5명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교 졸업 후 바로 프로에 입단한 선수는 단순 수치상 대졸 선수보다 4년을 벌고 들어갈 수 있다. 꼭 먼저 출발했다고 결승점에 먼저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1라운드 지명 유망주들이 데뷔 직후, 혹은 수년간의 기록을 떠나 10년, 15년을 뛰면서 쌓은 기록 면에서 의외로 심할 정도의 숫적 열세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러면서도 흔히 구위가 좋아야 쌓을 수 있는 탈삼진 부문에 유독 이름을 가장 많이 올린 것은 분명히 시사하는 바가 있다. 설마 ‘짧고 굵게’가 이들의 프로야구 진출시 꿈은 아닐 것이다. 안정된 성적으로 꾸준하게 오랫동안 뛸 수 있는 기회를 알면서 이를 박찰 선수는 아마 없을 것이다. 혹시나 우리 모두가 이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어 가슴 한구석이 허전함을 느끼게 되는 오늘이다. 송재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 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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