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큰소리만‘떵떵’오다드단장

입력 2008-04-0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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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처럼 단장 이야기지만 보스턴 테오 엡스타인 단장과는 좀 성격이 다른 콜로라도 댄 오다드 단장 얘깁니다. 작년 5월, 20년만에 처음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너무나 설레는 여행. 인천행 비행기 탑승을 10여분 남겨둔 상황에서 김병현 선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형, 지금 구단에서 전화와서 트레이드됐다고 하는 거 같은데 형이 단장한테 한번 전화해봐요.” 순간 눈앞에 둔 인천행 비행기를 아랑곳하지 않고 댄 오다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두번인가 벨이 울리더니 전화를 받은 오다드. 인사도 제대로 받지 않고 아주 귀찮다는 식으로 “내가 지금 BK 트레이드했는데 말린스 단장 전화번호 문자로 보내줄테니 전화해봐.” 그리고는 아무런 인사도 없이 툭 끊어버리더군요. 테오 엡스타인 단장은 데이터 야구와 눈으로 확인하는 야구를 잘 조합해서 응용하는 단장입니다. 하지만 오다드 단장을 보면서는 “어떻게 저런 인물이 메이저리그 단장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 그리고 ‘내가 해도 저 친구보단 잘 할 수 있을텐데’하는 생각이 단장이 되겠다는 저의 꿈을 불태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기도 했습니다. 오다드는 2000년 원터미팅에서 마이크 햄튼, 데니 네이글과 1억달러 이상에 계약을 성사 시켰지만 결국 이들이 FA 먹튀 논란에 휩싸이게 됩니다. 그래도 2007년 내셔널리그 우승팀인데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지켜보고 내린 결론은 운좋게 버티고 있는 단장이라는 게 전부였습니다. 작년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애리조나에서 있었던 에피소드입니다. 당시 김병현 선수의 에이전트였던 빅터 리, 클린트 허들 감독, 밥 아포대카 투수코치, 오다드 단장, 김병현 선수 그리고 저와 함께 미팅을 했습니다. 그날 오다드 단장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캠프때 성적에 신경쓰지 말고 코치들이 원하는 볼배합으로 준비해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많이 맞더라도 걱정하지 말고 던지라”라고 큰소리 첬습니다. 저는 속으로는 저말 믿으면 안되는데 하면서 어쩔 수 없이 김병현 선수에게 그대로 통역을 해줬습니다. 고집이 센 김병현 선수지만 단장의 부탁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습니다. 물론 성적은 들쭉날쭉이었습니다. 제가 우려했던 대로 정작 시즌이 시작되자 오다드 단장은 자기가 언제 그런 말을 했냐는 듯이 선발로테이션에서 김병현 선수를 제외시켰습니다. 그리고 덴버지역 일간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기가 할 말을 한 김병현 선수를 부상자 명단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메이저리그를 보면 아주 오랫 동안 장수하는 단장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은퇴한 존 슈월츠 전 애틀란타 단장, 케빈 타워스 샌디에이고 단장, 빌리 빈 오클랜드 단장. 저는 이 단장들의 장수비결은 야구에 대한 자기나름의 확고한 철학을 갖고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참고로 슈월츠 단장과 빈 단장의 야구는 극과 극입니다. 두사람의 운영방식은 많이 다를지 모르지만 10여년 넘게 거의 매년 플레이오프에 참가하는 팀을 운영해온 장본인들입니다. 이에 비해 오다드 단장의 야구는 분위기에 따라 끼워맞추는 색깔없는 야구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랫동안 미식축구(덴버 브롱코스)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로키스였기에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는 거지, 만약 보스턴이나 뉴욕에서 단장생활을 했다면 오래 전에 야구계를 떠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daniel@pnkunited.com OB 베어스 원년 어린이 회원으로 어릴 적부터 야구에 미쳤다. 85년 가족 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뒤 뉴욕 메츠 직원을 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 에이전트 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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