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이 꼴찌만 하지 말라는데, 뭐.” 프런트는 현장을 편안하게 해 주고, 팀과 감독은 그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일까? 우리 이광환 감독은 10일 목동 LG전에 앞서 예상 밖으로 페넌트레이스 초반 선전하고 있는 히어로즈가 화제에 오르자 “사장이 꼴찌만 하지 말라고 하는데…”라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었다. 시범경기 때도 구단 사장이 꼴찌만 하지 말라고 했다는 말을 자랑(?)삼아 했던 이 감독은 현 페이스로는 ‘꼴찌는 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듯 이번에도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주변에서 ‘그런 분위기에서 첫해에 너무 잘 해도 안 되는 게 아니냐’고 농담을 건네자 “내가 옛날에 한화서 그랬잖아. 첫해 4강 갔다가 다음 해 못 가고….”라며 그런 상황을 경계(?)하고 있다는 듯 웃어넘기기도 했다.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이 감독은 5년만에 현장에 복귀했던 2001년, 전년도 매직리그 3위(승률로 보면 8개 구단 중 7위)에 머물렀던 한화를 4위로 끌어 올린 뒤 이듬해 다시 7위로 내려 앉아 한화를 떠났던 전력이 있다. 이날 경기에는 우리의 메인 스폰서인 우리담배 홍원기 사장의 시구가 예정돼 있었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취소됐다. 히어로즈 구단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되지 않았는지 구단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오늘 경기 체크포인트’로 떡하니 ‘우리 담배 홍원기 사장 시구’라고 적혀 있었다. 홍 사장이 시구를 하지 않은 것도 혹시 선수단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을까. 적잖은 돈을 내 놓고 있는 ‘물주’가 오면 괜히 선수들이 부담스러워 할 것을 염려한 깊은 뜻(?)이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말이다. 목동 |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