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의‘레이디티’]변수많은골프‘피할수없는유혹’

입력 2008-04-1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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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의 모든 점을 좋아한다. 골프를 위해 잠도 줄이고 틈만 나면 골프장으로 달려갈 만큼 독하게 빠져 있다. 그런 내 자신이 신기해 골프가 좋은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실력이 뛰어나 실패를 맛보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다. 나는 성공보다 실패를 더 많이 경험하는 아마추어 골퍼이다. 골프는 이기는 것보다 지는 것에 익숙해져야 하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심판이 없고 자신이 타수를 계산해야 하기 때문에 승패에 집착하면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골프에 대한 재미를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짚어 보니 답은 간단하다. 골프 그 자체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 골프를 시작했을 때 새벽 시간을 이용해 연습장에 나갔다. 당시 한 여자 프로골퍼에게 레슨을 받았는데, 마침 그녀도 아침잠이 적은 편이라서 새벽시간을 알뜰하게 이용하게 됐다. 그렇게 3개월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연습장을 찾다보니 실력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 물론 잘 되는 날과 그렇지 않은 날이 번갈아 찾아왔지만 골프의 매력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처음에는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하는 탓에 구석구석 안 아픈 데가 없었지만 그것 또한 뿌듯한 훈장이었다. 그렇다고 골프가 마냥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친한 친구는 “골프가 도통 재미없다”고 말한다. 들이는 시간이나 비용, 노력에 비해 실력이 빨리 늘지 않아 재미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건 골프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골프가 매번 잘 되고, 타수도 좋다면 아마도 더 일찍 실증을 느꼈을 것이다. 골프란 18번의 티샷 가운데 단 한번의 굿샷으로도 쾌감과 희열을 느낄 수 있다. 17번의 실패가 단 한번의 성공으로 만회할 수 있는 게 바로 골프의 매력이다. 그렇게 골프에 대한 마음의 문을 열면 새로운 것들이 따라온다. 동반자들과 나누는 대화가, 서먹했던 사이가 풀어지는 분위기가, 아름다운 자연이, 편안한 휴식이 또 그것을 즐기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바로는 골프는 점수만을 내기 위해 만들어진 운동이 아니다. 골프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너무 재미있는 것’이다. 정지된 자세에서 긴 막대로 작은 공을 치는 골프는 그 만큼 변수가 많다. 예측할 수 없다는 것, 그것이 골프의 단점이자 장점이며 수많은 골퍼들을 매혹시키는 최대의 강점이다. 정혜신 피부과 전문의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의 공동진행을 맡고 있다. 골프경력 5년의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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