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SK싸늘한양팀벤치,선수들도‘시한폭탄’

입력 2008-04-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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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미팅때“말걸지말라”지시SK쪽서감지…빈볼맞은이진영격분난투극부를뻔
두산과 SK가 맞붙기 전, 18일 잠실구장은 평소와 좀 달랐다. 홈팀-원정팀 차례대로 훈련을 하는 순서야 똑같았지만 양 팀 선수단은 거의 대면하지 않았다. 의례적으로 홈팀 다음에 원정팀 순서로 훈련을 교대하는 과정에서 양 팀 선수들이 필드에서 조우해 안부와 농담을 주고받는데 두 팀은 그냥 갈라졌다. 확인 결과, 두산은 팀 미팅 때 “SK 선수와 말을 걸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설상가상으로 이 통제령은 어찌어찌해서 SK쪽으로 누설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위태로운 분위기에서 결국 터질 게 터진 순간은 2회초 SK 공격 도중이었다. 2회에만 3실점한 두산 선발 이승학이 2사 2루에서 이진영을 상대로 초구에 옆구리를 맞혀버렸다. 고의라고 판단한 이진영은 격분해서 이승학에게 덤벼드는 제스처를 취했고, 양 팀 선수들이 동시에 덕아웃을 박차고 튀어나오며 작년 한국시리즈에 이어 또 다시 ‘벤치 클리어링’ 사태가 빚어졌다. 이미 두 팀은 작년 한국시리즈 2,3차전의 연속 집단 난투극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끼어들어 엄중 경고를 내리는 사태까지 초래했었다. 이후 SK가 역전 우승을 차지했고, 김경문 두산 감독이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던 김성근 SK 감독을 찾아가 인사하면서 해빙 무드로 접어드는 듯 비쳐졌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 대표 차출 문제를 놓고 복원 불능의 ‘루비콘 강’을 건너 버렸다. 양 팀 사령탑간 냉기류는 구단 프런트로도 전파됐고, 선수들 역시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 양 팀의 시즌 첫 3연전(4월 4∼6일, 문학)에서도 SK의 3연승으로 끝났지만 일촉즉발 상황이 연출된 바 있다. 첫 경기 때 2-5로 뒤지던 상황에서 등판한 두산 이혜천이 볼카운트 0-3에서 SK 이진영을 맞힌 것이다. 당시 SK의 보복이 없어 ‘대형사고’는 모면하고 넘어갔지만 당시 쓰러져 고통스러워했던 이진영으로선 18일 다시 두산 투수의 볼에 맞자 진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SK 역시 당시 6-2로 앞선 낙승 흐름을 굳혔는데도 나주환이 도루를 감행, 두산을 자극했었다. 이후 감독 이하 상대방에 대해 입에 담는 것조차 금기시하는 듯 하던 양 팀의 충돌은 미세한 자극에도 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양 팀의 몸싸움이 작년 한국시리즈 때에 비해 격렬하지 않았던 이유는 양 팀의 간판 김동주와 김재현의 자제 덕분이었다. 3루 수비를 보고 있던 김동주와 2루주자로 나가있던 김재현은 몸싸움에 가담하지 않고, 오히려 말리는 데 집중했다. 그렇더라도 양 팀의 누적된 갈등은 휴화산에 비견될 수 있다. 잠실=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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