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멤버임수혁’…야구장은따뜻했다

입력 2008-04-18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우리의 아픈 자식을 기억해주시고 고마운 행사까지 베풀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우리와 롯데의 경기를 앞둔 18일 목동구장. 우리 선수단 라커룸에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다. 또박또박 한 자씩 정성스레 써내려간 이 편지의 발신인은 ‘롯데를 지독히 짝사랑하는’ 한 아줌마 팬. 피자 10판과 함께 배달된 편지에는 우리 구단이 준비한 ‘리멤버 더 히어로(Remember the Hero)’ 행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우리 선수단이 기억하고자 한 ‘히어로’는 2000년 4월18일 잠실 LG전 도중 갑자기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롯데 임수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선수단은 전신 현대 시절인 2001년부터 매월 급여에서 임수혁을 위한 성금을 적립해왔다. 롯데가 아닌 우리가 임수혁이 쓰러진지 8년째 되는 날을 기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우리는 롯데와의 3연전 동안 특별 제작한 응원용 막대풍선을 개당 1000원에 판매한 뒤 수익금 전액과 구단자체 모금액을 더해 임수혁 가족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또 20일 경기 전에는 임수혁의 부친 임윤빈씨가 직접 시구를 맡기로 했다. 아들이 쓰러진 후 단 한번도 야구장을 찾지 않았던 임 씨가 8년 만에 어려운 발걸음을 떼는 것이다. 이 롯데팬은 편지에서 “임수혁 선수는 여러 자식들 중에 몸이 불편해 세상과 단절된 채 집에만 있어야 하는 가슴 아린 자식 같은 의미”라고 표현했다. “이름을 다 적을 수는 없지만 모두 감사합니다. 시즌을 마칠 때까지 건강하세요”라는 절절한 감사 메시지도 그래서 나왔다. 경기 시작 직전. 롯데 유니폼을 입은 임수혁의 옛 활약상이 전광판에 상영됐다. 소란스럽던 롯데 관중석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슬쩍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잊혀져가던 ‘영웅’에 대한 그리움이 잠시나마 목동구장에 내려앉은 순간이었다. 목동=배영은기자 yeb@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