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만큼주겠다”“야구가격투기냐”김경문vs김성근

입력 2008-04-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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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전쟁’…3연전큰충돌없었어도‘으르렁’여전
지난해 한국시리즈부터 티격태격한 SK와 두산의 갈등양상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잠실 주말 3연전 내내 양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끼리도 감정적으로 맞서 일촉즉발의 팽팽한 전운이 감돌았다. 3연전 첫 머리에서 두산 투수 이승학과 SK 이진영간의 빈볼시비로 촉발된 벤치 클리어링은 단지 서막에 불과했다. 연장 11회 접전을 치른 19일 경기에서는 7회말 1사 1루서 두산 대주자 김재호가 4-6-3 병살을 막기 위해 2루로 슬라이딩하면서 발을 높이 치켜들어 SK 유격수 나주환이 왼쪽 무릎을 다치자 김성근 SK 감독과 김경문 두산 감독이 차례로 그라운드에 등장해 ‘무력(항의)시위’를 펼쳤다. 이 과정에서 김성근 감독과 김광수 두산 수석코치 간에 언쟁이 빚어졌고, 그 직후에는 SK 투수 김준이 초구로 두산 유재웅의 어깨를 맞히는 ‘예정된 공식’같은 일이 벌어졌다. 더 큰 불상사로는 확대되지 않았지만 ‘여진’은 20일에도 지속됐다. 먼저 김경문 감독의 말. 김 감독은 20일 경기를 앞두고 “(방송)리플레이를 보진 못했지만 김재호의 플레이는 정상적이었다. 상대(나주환)가 다쳤다면 감독으로서 내가 먼저 사과했을 것”이라고 김재호를 옹호하는 한편 “밋밋하게 경기만 하다가 한번씩 싸우는 건 괜찮다. 그러나 요즘 롯데가 잘 해서 관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매번 싸우기만 하면 팬들한테 미안한 일이다. 과거는 잊고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을 늘어놓았다. 의연하고 태연했다. SK 덕아웃의 사정은 전혀 딴판이었다. 지난해 4월 SK로 트레이드되기 전까지 두산 선수였던 나주환은 취재진에게 얼음찜질을 한 왼쪽 무릎을 보여주며 상태를 설명했다. 19일 경기 후 곧장 삼성서울병원에서 MRI 촬영을 한 그는 “무릎을 펴기 힘들다. 토요일이라 응급실로 갔는데 담당 전문의가 없어 21일 최종 검진을 받기로 했다. 응급실 의사는 십자인대쪽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더다”며 시종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어 “어제(19일) 밤 12시 다 돼서 (김)재호한테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고 하던데 난 아무 말도 안했다”라며 “미안하면 왜 그렇게 늦게 전화했는지 모르겠다. 내가 두산에 있을 때는 함께 밥도 먹고 다들 친하게 지냈는데…. 슬라이딩은 원래 상대 수비수의 발목을 감싸면서 하는 거다”라고 말했다. 김성근 감독은 평소대로 그다지 말문을 열지는 않았다. 그러나 “야구는 격투기가 아니다”, “요즘은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한다”라며 뼈 있는 한마디씩을 내뱉았다. SK 프런트 사이에서는 전날 경기 직후 김경문 감독의 방송 인터뷰가 화제였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겠다”는 김경문 감독의 발언이 승부의 세계에서 통상적인 의미의 ‘패배한 만큼 승리로 되갚아주겠다’는 얘기인지, 아니면 다른 의도를 내포한 코멘트인지 알쏭달쏭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경기 전부터 신경전이 거듭됐지만 다행히 ‘3탄’은 결방됐다. 그러나 SK가 7-0으로 크게 앞선 5회초 1사 후 최정이 1루에서 2루로 도루하자 두산 관중석에서는 고함이 터져나왔다. 개봉일과 상영관만 확정되지 않았을 뿐 조만간 3탄이 나올 법한 흐름이다. 잠실=정재우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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