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와수술,‘메스보다중요한건이악문재활’

입력 2008-04-2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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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9월 21일. 미국 앨라바마주 버밍엄 공항 프런트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 수술을 받기위해 LA를 출발해 인디애나폴리스를 경유해 버밍엄에 도착했어야 할 정민태가 중간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한국과 버밍엄 공항 프런트 협조 아래 수소문해서 중간 경유지인 인디애나폴리스에 일부 승객들과 같이 내린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쪽 공항 도움으로 다음날 오전 비행기로 버밍엄에 도착 할 수 있었고, 정밀검사 후 제임스 앤드루 박사 집도로 인대 봉합 수술을 무사히 마쳤다. 당시 투수에게 수술이란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정민태는 수술을 택하고 1년 6개월 동안 힘든 재활을 거쳐 성공했다. 투수로서 마운드에 다시 서겠다는 집념이 강했고 야구만이 자신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태평양 돌핀스는 구단사정이 어려운데도 국내선수로는 처음 미국에서 수술을 받도록 배려했다. 수술성공이 매스컴에 보도됐고, 정민태의 활약을 보면서 많은 선수들이 수술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시작한 시점이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조금만 아프면 수술하겠다고 유소년부터 프로선수까지 수술대에 오르는 게 현실이다. 일반인에게는 의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지 않으면 수술은 성공이라 할 수 있겠지만 투수는 예전처럼 정상적인 투구와 스피드를 회복하고 선수로 활동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야만 한다. 여기서 나는 수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재활 트레이닝이라 말하고 싶다. 프로 투수라면 최소 10년 가까이 볼을 던지면서 만들어진 근력과,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들어진 근력, 여러 가지 운동으로 만들어진 근력이 수술로 인해 절개됐는데 노력 없이 하루아침에 정상적인 투수로 볼을 던질 수 있을까? 수술은 의학적으로 짧은 시간에 이루어 질 수 있는 부분이지만 정상적인 피칭은 긴 시간과 지루함을 이겨내는 인내심이 필요한 재활 프로그램을 거쳐야만 한다. 재활 과정에서 80까지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은 쉽게 진행할 수 있지만 나머지 20는 고통과 싸워야 하는 시기다. 구속 145km를 던지던 투수가 수술 후 138km까지는 쉽게 던질 수 있다. 나머지 7km를 찾기 위해서는 앞선 재활의 고통보다 몇 배 더 심한 고통을 참고 이겨야만 한다. 재활 과정에서 볼을 던지면 반드시 통증이 수반된다. ‘100’이라는 통증의 수치를 참고 던지다 보면 0으로 변하는데 근성으로 버티지 못하면 통증의 수치는 항상 그 자리에 맴돈다. 멀쩡한 팔도 많은 투구에 저리고 힘들다. 그런데 편안하고 힘들지 않게 재활하려다 보면 시간이 길어져서 선수 생명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재활기간에는 투구 후에도 항상 트레이너와 상의해 근력보강에 신경 쓰도록 해야한다. 투수에게 팔은 생명이요 가족의 버팀목이다. 여기서 기혼자 여러분! 와이프한테는 미안할 수 있겠지만 주무실 때 오른손 투수는 오른쪽 팔베개는 금물입니다. 팔이 튼튼해야 내가족의 행복입니다.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2007년 현대 감독을 맡았다가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 과 저력은 그대로다.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언젠가 다 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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