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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코비 엘스버리가 나가기만 하면 득점할 것 같다. 보스턴 팬이라면 자주 갖는 느낌이다. 아니 확신이다. 실체와 무관하게 그러한 믿음을 주는 선수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또, 그런 팬들의 근거없어 보이는 맹목적 믿음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맹목성이야말로 팬덤(fandom)의 전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한번 해봤다.;; 그 실체를... 누상에 출루가 득점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계산해 봤다. 세이버 메트릭스나 닷컴이 제공하는 관련 스탯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전체 출루 횟수는 (안타수 + 볼넷 + 힛바이피치) - 홈런수로 했다. 홈런수를 뺀 것은 이 글에서는 누상에 출루한 후 주루에 의해 득점으로 이어지는 비율을 계산하는 것이므로, 별다른 주루없이 타격에 의해서만 득점이 이루어지는 홈런수는 출루에서 제외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유로 자신의 총 득점에서 홈런수를 제외하고 출루후 득점으로 인정했다.
좀 더 정교하게 하자면, 에러에 의한 출루-야수선택에 의한 출루도 누상에 나간 것이므로 포함시켜야 한다. 하지만, 따로 제공하지 않는 스탯이고 수작업으로 하자면 모든 게임로그 분석을 거쳐야하는 삽질이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실제로 에러와 야수선택은 그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 판단된다. 아.. 대주자에 의한 주루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것도 그냥 무시한다. 말이 길었지만 전체적인 공식은 매우 단순.. 스탯 이름은 그냥 주자득점성공률 이라고 하겠다. 폼나게 영어로 줄여보자면 RRaR 정도 되려나...;;
(R - HR) / (HIT + BB + HBP - HR) 이 공식에 따르면 엘스버리는 28번 주자로 출루했고 그중에서 19번 홈플레이트를 밟았다. 주자득점성공률은 무려 57%이다. 굉장히 높은 득점력이다. 이 수치가 어느정도인지 다른 선수와 비교해보았다.
아래는 07년 득점랭킹 10위권 순서이고, ( )는 주자득점성공률이다.
1. 알렉스 로드리게스 143득점 (36%)
2. 지미 롤린스 139득점 (46%)
3. 헨리 라미레즈 125득점 (40%)
4. 바비 어브레이유 123득점 (44%)
5. 커티스 그랜더슨 122득점 (45%)
6. 맷 홀리데이 120득점 (33%)
7. 호세 레이에스 119득점 (42%)
8. 그래디 사이즈모어 118득점 (35%)
9. 매글리오 오도네스 117득점 (33%)
10. 데이비드 오티즈 116득점 (31%)
순위권에 들지 않았지만, 번외편으로 보통 뛰어난 주자로 여겨지는 이치로와 지터도 계산해 보았다.
이치로 07년 111득점 (37%) 이치로 01년 127득점 (44%) - MVP시즌
지터 07년 102득점 (34%) 지터 99년 134득점 (37%) - 베스트시즌
전체적으로 40%를 상회하면, 아주 뛰어난 득점성공율이라고 보여진다. 엘스버리의 08년은 현재 57%를 마크중이다. 나가기만 하면 반을 넘게 홈플레이트를 밟았다는 소리다. 득점성공이란 것은 런너의 주루능력과 후속 타자의 장타율에 종속되는 스탯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절대적으로 종속되는 것은 후속 타자의 장타율이다.
에이로드의 36%와 바비의 44%는 전자의 경우 마쓰이, 후자의 경우 에로드 앞에 출루했기 때문이다. 바비가 에이로드보다 좋은 주자인 것은 아니란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후속 타자의 능력을 평균화해서 하나의 상수로 만들어버려, 득점성공율을 계산한다면 순수 주자로서의 능력을 뽑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고정변수 상황에서 주자의 주루가 어떠할 것이다 하는건 그냥 예측일 뿐일 듯 싶으니까..)
위 스탯이 "주자로서 득점 기여도"를 제대로 반영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득점수보다는 안도로메다 차이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고 본다. 작년에 비슷한 수준의 후속 타자를 두고 출루했다고 생각하는 오티즈와 헨리를 비교해보면 주자득점성공율이 10%가깝게 차이가 난다. 한마디로 오티즈가 때리고 무조건 헨리로 대주자를 기용했다면, 오티즈의 득점은 116득점이 아니라 140득점이었을 것이다. 그것도 매니와 로웰의 수준을 작년 헨리의 후속타자와 같이 가정했을때의 차이다. 실제의 차이는 훨씬 더 벌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 의미가 없지는 않은 스탯이라고 생각한다.
자코비 엘스버리가 지금 같은 페이스를 유지하긴 힘들 것이고, 페드-오티즈가 엘스버리를 지금 처럼 홈플레이트로 보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재 57%다. 나가기만 하면 홈을 밟는 것 같은 막연한 믿음이 사실이었단 거다.
1루에 있다가 홈에는 무리다 싶은 안타때, 홈에 서서 들어오고 있다. 투수는 견제하느라 혼이 빠지고, 정작 타자에게는 쳐맞는다. 눈치도 조낸 빠르다. 기계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01시즌 시애틀의 후속타자들을 두고 이치로가 기록한 주자득점성공율은 44%였다.
앞으로 어찌될지 모르지만..현재 엘스버리의 주루는 단 한마디로 압축된다.
쩐다.....쩔어...!!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