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시,돈으로쓰는축구역사“묻지마,과거”

입력 2008-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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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묻지 마세요.’ 26일 밤(한국시간) 전통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와의 일전을 앞둔 신흥 명문 첼시 선수단의 심정을 대변하는 말이다. 블루스(첼시의 닉네임)는 최근 EPL 2연패라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 유니폼 색깔 만큼이나 푸른 과거의 멍에로부터 아직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첼시는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 경험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1955년 당시 최고 리그인 퍼스트 디비전에서 우승한 이후 50년만인 2005년에 EPL 왕좌에 복귀하기 전까지는 비교적 평범한 길을 걸어왔다. 이에 비해 맨유는 통산 16회 리그 우승을 이미 달성하고, 이제 17회 우승을 바라보는 유리한 고지에 있으며 1968년 유로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1999년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한 화려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있다. 구단주 막강한 자본 앞세워 급성장 2005년, 50년만의 리그 정상 등극 EPL 2연패 등 성과에도 전통 약점 “명문 클럽 도약 기회” 맨유전 별러 챔스 4강 상대인 리버풀만 하더라도 비록 프리미어리그가 창설한 이후 2002년 리그 2위를 한 것이 최고의 성적이긴 해도 통산 18회 로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갖고 있는 명문클럽이다. 특히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에 강한 면모를 보여 왔는데, 통산 5회 우승으로 역시 잉글리시 클럽 중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 강호다. 아스널의 아르헨 웽거 감독이 “우리 구장에서 유전이 발견되지 않는 한 첼시의 자금력은 따라갈 수는 없다” 라며 혀를 내두른 구단주 로만 아브라보비치의 가공할 돈줄로도 살 수 없었던 것이 바로 전통명문 구단들의 역사와 전통이었던 것이다. 배번 7번 전통의 한 축을 이루는 전 맨유 주장 브라이언 롭슨은 “첼시는 절대 맨유 같은 큰 클럽이 될 수 없을 것”이라며 그 이유가 첼시의 막대한 자금력으로도 맨유가 가지고 있는 역사와 카리스마를 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전 첼시 매니저 무리뉴는 “리버풀 팬들이 계속해서 ‘너희는 역사가 없어’ 라고 소리치는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역사를 만들고 있다” 라고 근래 EPL 우승 경력이 없는 리버풀을 비꼬아 응수하기도 했다. 그의 지적대로 이제 첼시는 맨유와 함께 프리미어리그 양강체제를 구축하고 새 역사 창조의 길목마다 피할 수 없는 진검승부를 펼쳐야 하는 두려운 존재로 성장했다.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리버풀과의 챔스 4강전을 임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전통의 강호들에게 다음과 같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의 아픔이 영원히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선수, 매니저 그리고 클럽 전체에게도 이번 경기는 역사를 만들 엄청난 기회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계속 성취할 수 있고, 지금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과거는 잊어 주세요. 주장으로써 우승 트로피를 내 손으로 들어 올려 새 역사를 클럽에 선사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과거를 잊어달라는 테리보다 더 강한 어조로 과거를 아예 잊게 해 주겠다는 이가 있으니 그가 바로 첼시 감독 그랜트이다.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우승 여부에 다음 시즌에도 첼시의 사령탑에 남을 수 있는지가 달려있는 그는 사람들이 왜 과거에 그리 집착하는지 이해한다면서도 이제 새 역사를 만들 바로 그때가 왔다고 단언했다. 사람들이 믿든 안 믿든 오직 결과가 자신의 말을 정당화할 거라며 챔피언스리그 4강에 오른 클럽들 중 첼시만이 맨유와 프리미어 왕좌를 놓고 자웅을 겨룰 유일한 적수임을 부각시켰다. 그랜트는 또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맨유의 상대는 첼시가 될 거라며 여전히 첼시가 더블의 예상 후보임을 환기시키기도 했다. 블랙번 로버스 매니저 마크 휴즈가 지적한 대로 현재 프리미어에는 두 걸출한 클럽이 있다. 그들이 맨유와 첼시임을 부인하는 팬들은 거의 없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는 신흥명문 첼시가 ‘이 보다 화려할 수는 없다’는 전통의 맨유를 상대로 그들이 말한 대로 역사를 만들지 여부는 역설적으로 과거에 있을 수 있다. 첼시가 맨유를 완벽하게 질식사 시켰다고 팬들이 기억하는 경기가 2007년 FA 컵 결승이었다. 당시 첼시선수들은 볼을 소유했을 때 정해진 일정한 방식과 패턴으로 맨유를 무력화시켜 결국 1-0으로 승리함으로써 웸블리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역사를 만들게 된다. 이 경기에서 첼시는 맨유 공격의 핵인 호나우두를 항상 두 명의 선수로 에워싸고 볼 주변에는 최소 6명의 첼시선수들이 포진하는 전술을 썼는데, 이는 당시 무리뉴 감독의 철저한 분석에 따른 것이었다. 무리뉴는 사람들이 맨유가 경기를 지배하는 팀이라고 하는데 자신은 동의하지 않는다며 “맨유는 상대방을 역습으로 죽이는 팀”이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자신은 선수들에게 맨유가 역습을 못하도록 하는 전술을 지시했었다고 했다. 당시 승리는 체력을 조절하고 한 치의 오차 없이 훈련 때 했던 대로 실전에 적용하면 승리한다는 무리뉴의 축구철학에 기초한 것이다. 비록 팬들 입장에서는 지루했던 경기였으나 무리뉴에게는 철저히 계산된 효과적인 경기운영이었던 것이다. 결국 퍼거슨이 승부차기를 예상하며 선수교체에 나선 연장 종료 직전 드록바의 결승골로 무리뉴는 첼시에 7년 만에 FA컵을 안겨주게 된다. 경기를 즐기며 할 것인가 아니면 경기 후 즐길 것인가라는 무리뉴의 말은 오직 결과만으로 평가받겠다는 그랜트의 첼시에게도 요구된다 하겠다. 23일 챔스리그 4강 1차전 원정경기에서 리버풀과 1-1로 비겨 유리한 입장에 놓인 첼시의 그랜트가 마지막 순간에 웃을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요크(영국)=전홍석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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