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현“그만두고싶다”…인터뷰서‘은퇴’시사

입력 2008-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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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직업이 상팔자네요.”,“지금 훈련이 제대로 되겠어요? 그냥 맛있는 거 먹으면서 쉬고 있어요.”,“아버지는 ‘그동안 수고했다. 신중하게 생각해서 결정해라’ 그러시네요. 주위에선 하기 싫으면 하지 마라 그러구요.”,“야구를 그만 두면 무엇을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도 하고 있어요.” 막 잠에서 깬 듯한 목소리. 틈날 때마다 추임새 마냥 한마디씩 섞는 농담. 그리고 전반적인 기조의 시니컬 톤. 오랜만에 짧지않은 시간 동안 대화를 나눈 김병현(29)은 여기까지는 예전과 그다지 달라진 게 없었다. 그래서 더 반가웠지만 그러나 김병현은 자신의 야구인생을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건 솔직하게 좀 의외였다. 누구라도 당사자와 똑같은 크기의 고민을 느끼고 이해할 수 없겠지만 김병현은 생각보다 심각하게 20년 가까운 자신의 야구인생을 돌아보며 선수생활 여부를 놓고 일생일대의 결단을 예비 중이다. 역시 농담을 섞어가며 애써 밝은 목소리로 톤을 조절하기도 했는데, 자신의 향후 일정과 계획에 관련한 얘기를 할 때는 신중하고 진지해졌다. “야구에게 고맙죠.(지금 야구를 그만두더라도)당장 먹고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건 야구 덕분이잖아요.” 우리 히어로즈 박노준 단장이 영입의사를 밝혔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24일 낮 <스포츠동아>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김병현은 자신의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재진입이나 마이너리그 계약, 혹은 국내프로야구 히어로즈와의 입단 협상 등 개별적 사안이 아니라 ‘더 이상 야구를 해야 하는가’라는 동기부여의 본질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2주일 전쯤 귀국해 서울의 한 지인 집에서 쉬고 있다는 김병현은 우선 히어로즈와의 협상 부분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못했고 생각도 안하고 있다.그건 팀이 별로라서 그런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신 “내가 어디서 뛰든지 야구가 나한테 무언가.내 인생에 야구는 어떤 의미인가 이런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김병현은 지난달 26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된 이후 멕시코의 칸쿤,마이애미,뉴욕 등지를 여행하기도 했고,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 사둔 콘도(김병현은 2003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뛰던 시절 골프장 안에 있는 이 콘도를 구입했고, 야구를 그만둘 때를 대비해서 마련한 것이라고 보충 설명했다)에서 지내다가 2주전 서울로 왔다. 심란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는 서울이 편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왔지만 “여기저기 안 편하다. 대신 맛있는 것은 많이 먹고 있다”며 조금은 공허한 웃음을 지었다. 김병현이 이렇듯 향후 자신의 야구인생에 대해서 회의하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와는 달리 메이저리그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이 부분을 “야구를 하면 내 스스로 만족해야 한다. 회의도 느끼고 있다. 쉬면서 동기부여와 같은 부분을 생각하기도 하고 찾으려고 노력도 해봤다. 20년 동안 열심히 해왔는데 지금 생각하면 (메이저리그에서의)성공이 너무 빨랐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야구라는 게 이름 석자로 하는 건 아니다. 이루려고 하고 배울 게 있어야 하는데 지치기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릴 때처럼 몸이 좋은 것도 아니고 억지로 바득바득 버티고 있는데 시간을 잘못 소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멘털적인 부분도 있다. 솔직히 지금 마이너리그에서 할 수도 있고, 메이저리그도 지금 충분히 던질 수 있다. 어디에서 야구를 하든 똑같지만 뭔가를 배울 수 있어야 하고 얻어지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이 별로 안 든다”는 말로 설명했다. 또 히어로즈 박노준 단장이 에이전트 제프 보리스와 접촉하려한다는 소식에 대해서는 “(히어로즈가)나를 데려다 무엇에 쓰려는지 모르겠다. (보리스)그 친구와는 나도 별로 통화하지 않는다”고 말해 자신의 새로운 팀 물색과 관련해 별로 적극적이지 않음을 시사했다. 김병현은 야구 외적인 부분에서도 힘든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는데 그 하나는 “가장 친했던 후배로부터 힘든 일을 겪었다”고만 설명했고, 다른 하나는 1999년 당시 메이저리그 진출을 주선했던 전 에이전트 전영재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라고 했다. “내가 더 뭐를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다”는 말처럼 전반적으로 무거운 내용의 대화였고 “(사정을 모른다면)배불러서 하는 소리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남은 인생을 좌우할 일인 만큼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했다. 조만간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이라는 김병현은 그러나 “(박)찬호형도 잘하고 다른 선수들이 잘하고 있어 좋다. 찬호형은 대한민국을 짊어지고 가는 야구선수인데 참 대단하다”고 웃으면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양성동 기자 sydney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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