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박찬호의 피칭 특징 중 하나는 천적타자에게 유난히 약하다는 점이다. 한번 약점을 보인 타자에게는 이를 극복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예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리 본즈(특정타자 최다 8홈런 허용), 현 LA 에인절스 블라드미르 게레로(46타수 15안타 0.326 홈런4 타점14),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치퍼 존스(31타수 10안타 0.323 홈런2 타점7),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프 플로이드(24타수 10안타 0.417 홈런4 타점11) 등이 대표적인 천적타자들이다.
박찬호 외에 다른 투수들도 천적관계는 다 있다. 그러나 이 현상이 박찬호에겐 두드러지고 있다. 24일 다저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라이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도 그랬다. 22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3이닝 세이브를 기록한 박찬호는 이틀만에 마운드에 또 올랐다. “코칭스태프에게 오늘 던질 수 있다고 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 볼이 좋았다. 특히 빠른 커브가 잘 구사됐다. 마크 레이널즈에게 몸쪽 빠른 볼을 던졌을 때 움칫하면서 어정쩡한 타격을 한 게 빠른 커브였다. 볼넷이 돼 아쉬웠다”는 게 경기 후 박찬호의 말이다.
선발 데릭 로의 경미한 팔꿈치 통증으로 박찬호는 6-1로 앞선 6회부터 등판했다. 톱타자 크리스 영을 빠른 커브로 삼진을 잡은 뒤 에릭 번즈 중견수 플라이, 3번타자 올랜도 허드슨에게 좌전안타를 내주고 곧바로 코너 잭슨을 3루땅볼로 처리, 1이닝을 가볍게 막았다.
이어 7회초 선두타자 마크 레이널즈에게 볼넷, 저스틴 업턴에게 우익선상 2루타를 허용하고 무사 2,3루 실점위기를 자초해 스팟 릴리프 조 바이멀로 교체됐다.
레이널즈는 박찬호가 8일 다저스 첫 복귀전에서 5타자연속 범타로 처리한 뒤 홈런을 내준 애리조나의 떠오르는 대포다. 이 홈런으로 박찬호는 급격히 흔들려 강판당했다.
박찬호는 “지난 번 빠른 볼을 홈런으로 만들어 이번에는 슬라이더 승부를 했는데 아쉽게 빠졌다”고 했다. 선두타자인데다 볼카운트 2-2이고 2개의 볼에 여유가 있었는데 이를 살리지 못해 결국 1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레이널즈를 뛰어 넘지 못해 내준 1점이다. 박찬호는 애리조나전에서 1이닝 2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해 평균자책점이 3.75로 올라갔다. 투구수는 20개. 다저스 조 토리 감독으로서는 박찬호가 2이닝을 책임지고 8회 조너던 브락스톤, 9회 사이토 다카시로 이어던지게 하려고 했으나 계획이 빗나갔다. 비록 다저스가 8-3으로 승리, 애리조나전 3연패를 끊는데 성공했지만 이날 선발 로 외에 등판한 4명의 불펜투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다저스타디움=문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