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니어골퍼김하람“‘PGA·서울대’홀인원할래요”

입력 2008-04-24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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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김형태프로골퍼를만나다
이제 막 고등학교 1학년이 된 주니어 골퍼 김하람은 조금 유별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주니어 골퍼들이 대회 출전과 연습에만 매진하는데 비해 하람이는 학교 수업에도 충실하다. 내신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무슨 내신관리인가 하겠지만 하람이는 서울대 출신의 프로골퍼가 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어 골프와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 오전 수업 후 연습장에서 샷을 가다듬고 골프장에서 라운드를 한 후 다시 공부를 위해 책을 펴야하는 스케줄은 숨 막힐 듯 벅차다. 하람이가 자신의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힘을 주기 위해 지난해 상금랭킹 3위로 시즌을 마감한 프로골퍼 김형태가 멘토를 자처하고 나섰다. 두사람의 만남은 지난 20일 영종도 SKY72골프장에서 이뤄졌다. 김형태(테일러메이드·31)는 하람이의 스윙을 보고 몇 가지 조언을 해줬고 직접 테일러메이드의 볼과 의류를 준비해 선물하는 정성을 보였다.하람이의 꿈이 너무 예뻐서란다. ○김형태 : 나도 하람이 너처럼 오전 수업을 마치고 오후에만 연습을 했어. 특히 영어 수업과 일본어 수업은 빼먹지 않았지. 주니어 시절부터 해외 투어를 염두에 두고 외국어는 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었거든. 그런데 하람이는 모든 과목을 다 챙겨서 공부하면서도 골프까지 쳐야 하니까. 정말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거야. 지금 가장 힘든 건 뭐니? ○김하람 : 시합에 나가서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가 가장 힘들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아 힘든데 공부까지 해야 하니까. 하지만 아버님께서 늘 골프에만 올인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저 역시 욕심이 있고요. 공부를 아주 잘 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하고 있어요. ○김형태 : 그런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운동이든 공부든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해. 남들 쉴 시간에 운동해야 하고 남들 쉴 시간에 공부해야 하니까. 체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거든. 충분한 체력을 갖춰야 꿈을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는거야. ○김하람 :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낄 때가 많았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앞으로는 꾸준히 체력 운동도 병행할게요. ○김형태 : 또 아주 구체적으로 목표를 가지는 것도 중요해. 그냥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과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은 큰 차이가 있거든. 아주 구체적으로 목표를 말해볼래. ○김하람 : 올해는 상비군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고 내년에는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 목표에요. 상비군 점수도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더 노력하려고요. 궁극적으로는 골프 선수로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고 싶어요. 최경주 프로처럼요. 미국 PGA 투어에 진출하고 싶고요. 또 서울대 출신 프로골퍼라는 타이틀도 꼭 가지고 싶어요. ○김형태 : 좋아, 그런데 만약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할래? ○김하람 : 반드시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한다면 공부를 포기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고, 운동선수가 꿈이었거든요. 워낙 운동을 좋아해서 영국에 있을 때는 지역 대표 축구 선수로 발탁되기도 했어요. 하지만 골프를 시작해보니 축구보다는 골프가 훨씬 매력 있더라고요. ○김형태 : 둘 다 잘 해낼 수 있으리라 믿어. 하지만 어떤 운동이든 한 분야의 프로가 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나 역시 중학교 3학년이라는 늦은 나이에 골프를 시작했어. 난 늦었다고 생각했고 조급했는데, 부모님께서는 영어와 일어 공부는 꼭 해야 한다고 하셨지. 그 땐 이해할 수 없었지만 덕분에 지금은 일본이든 미국이든 혼자 투어 대회에 출전하고 스케줄을 잡을 수 있을 만큼 편해졌어. 하람이도 언젠가는 열심히 공부한 만큼 보람을 느낄 때가 올거야. ○김하람 : 감사합니다. 그런데 골프를 하다보면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잖아요. 성적이 잘 나다가 갑자기 나빠졌을 때 어떻게 헤쳐 나가시는지 꼭 묻고 싶었어요. 지금 제가 성적이 잘 나오지 않고 있거든요. ○김형태 : 그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골프 선수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분석을 해야 해. 내가 왜 안되는지 뭐가 안되는지 캐치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프로가 되어서도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거야. 내 경우 성적이 아주 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어. 이번 주에는 톱 10에 들었는데 다음 대회에서는 50위 밖으로 밀려난다거나 하는 경우 말이야. ○김하람 : 전 그런 기복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뭐가 문제일까요? ○김형태 : 볼이 잘 안맞으면 “볼이 왜 안맞지? 이번 주는 스코어가 잘 안나네”하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라운드를 복기하면서 철저하게 분석해야해. 몇 번 홀에서 슬라이스가 왜 났는지, 백스윙이 잘못됐는지, 임팩트가 문제였는지, 스스로 분석할 줄 알아야 해. 그저 막연히 볼이 왜 안맞을까? 하는 생각만으로는 결코 발전할 수 없어. ○김하람 :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하루하루 제 문제점에 대해서 더 깊이 생각할게요. ○김형태 : 그래야지. 지금 하람이가 본격적으로 볼을 친 건 2년 정도라고 했지. 스윙을 보니까 성장은 빠른 편인 것 같아. 절대 늦지도 않았고, 앞으로도 시간은 충분하니까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천천히 목표를 향해 걸어가. 넌 지금 아주 잘 하고 있으니까!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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