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에서감독까지선수들애환함께해…“내가너무고생시켜미안하다”
“나를 명장(名將)이 아닌 복장(福將)으로 불러 달라”는 게 그의 말. 그러나 이제 아무도 그를 복장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黴탔?가진 복을 더 키울 수 있는 ‘마법 같은 힘’을 가진 진정한 명장이기 때문이다.
원주 동부 전창진(45) 감독. 현역 시절 이름을 날렸던 스타 플레이어도 아니다. 10여년 가까이 주무로 일했던 특이한 경력도 갖고 있다. 선수단 스케줄 관리부터 후배들 심부름까지, 그는 자질구레한 일을 챙기는 그야말로 ‘살림꾼’ 이었다. 주무 역할을 하면서, ‘지도자가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배웠고, 후보 선수들의 말 못할 애환을 함께 하면서 ‘형님 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란 무엇인지’도 깨달았다.
주무 등 프런트 생활을 하던 전 감독이 지도자 길로 들어선 건 1997년. 삼성 썬더스에서 수비 코치를 맡으면서였다. 이듬해인 98-99시즌에는 동부의 전신인 원주 나래로 옮겼고, 2001-2002시즌 도중 성적 부진으로 김동욱(현 여자농구연맹 전무) 감독이 중도하차하면서 감독 대행에 올랐다.
전 감독의 형님 같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2002년부터 꽃을 피웠다. 정식 감독으로 승격하고 처음 맞은 2002-2003시즌, 그는 정규리그에서 팀을 3위로 이끈 뒤 챔피언 결정전 우승이란 감격을 맛봤다. 그러나 그에 대한 주변 평가는 냉소적이었다. 대어급 신인 김주성 때문에 ‘주무 출신이 좋은 선수 만나 운으로 우승했다’는 비아냥도 나왔다. 그는 애써 무시하면서도 ‘주무 출신’이라는 자신의 출신 성분이 농구 인생에 큰 힘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각인시켰고, 그는 이어 성공 가도를 달렸다.
전 감독은 2003-2004 시즌, 정규리그 최다승(40승)을 거두며 챔피언전 준우승, 2004-2005시즌엔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우승을 일궜다. 이번 챔프전 우승이 개인으로 세 번째 우승이자 두 번째 통합우승.
정규시즌 우승 때 ‘헹가래는 챔프전에서 받겠다’고 밝혔던 그는 약속을 지켜서인지 게임 후 약간 상기된 표정이었다. 그 동안 고생했던 선수들을 생각하며 잠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선수들이 많이 고생했고, 내가 고생을 시켰기 때문에 너무 미안하면서도 선수들이 고맙고 대견스럽다”고 말한 전 감 독은 “지난 시즌 8위에 그친 뒤 부상과 체력이라는 우리의 적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한 게 좋은 열매로 이어졌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선수들의 노력하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웠다”며 거듭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 전 감독은 “선수들이 앞으로 더 좋은 대우로 이번 노력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좋겠다”며 ‘따뜻한 형님’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치악산 호랑이’라는 별명처럼 때론 강력한 모습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불리는 따뜻한 마음을 동시에 가진 남자, 전창진. 그의 성공시대가 활짝 펼쳐지고 있다.
○패장 안준호 삼성 감독의 말
챔피언 동부에게 진정한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최선을 다해준 우리 선수들, 프런트도 정말 정말 고맙다. 특히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열성적인 응원을 보내준 팬 여러분께도 매우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제 시즌이 끝났으니 다시 현실로 돌아가 냉철하게 내년 시즌 준비에 들어가겠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