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폭격기,드디어날았다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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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골1도움’대구전완승견인…방출설·임대시련딛고‘공격의핵’으로
이제 ‘미운 오리새끼’도 ‘계륵’도 아니다. 세르비아 폭격기 라돈치치(25)가 인천 유나이티드의 두 번째 비상(飛上)을 이끌고 있다. 라돈치치는 27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 FC와 삼성 하우젠 K리그 2008 7라운드 원정경기에서 3골-1도움을 기록, 팀의 4-2 완승을 엮어냈다. 올 시즌 처음이자 자신의 첫 해트트릭. K리그 통산 93번째다. 이날 승리로 인천은 최근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의 꼬리표를 뗄 수 있었고, 2007년부터 이어온 상대 전적에서 5연승의 기쁨을 유지하게 됐다. 인천 장외룡 감독 개인으로는 이제껏 대구와 총 9차례 격돌해 6무3패의 절대 열세를 이어왔는데 마침내 무승 징크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장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 “라돈치치가 어른이 됐다. 동료들과의 생활 태도, 훈련 모습, 플레이 모든 게 성숙해졌다”고 칭찬했다. 인천 창단 멤버인 라돈치치는 올 초까지만 해도 방출이 유력했다. 2005년 총 27경기에 나서 13골-2도움을 기록한 라돈치치는 2006년부터 작년까지, 2시즌 동안 고작 4골에 그쳐 실망을 샀다. ‘방출설’은 당연했다. 일본 J리그 반포레 고후로 6개월 임대해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어느 팀도 고후의 J2리그 강등과 함께 팀에 복귀한 라돈치치를 영입하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몇몇 구단과 물밑 접촉이 있었으나 모두 실패했다. 남은 계약 기간은 6개월. 인천은 계약 해지로 의견을 모았고, 괌 전지훈련에도 참가시키지 않았다. 위기 의식을 느낀 까닭일까. 라돈치치는 그간의 독선을 버리고 팀에 융화되겠다는 의지를 장 감독에게 전했고, 인천은 달라지겠다는 그에게 기회를 줬다. 물론 대안도 없었다. 선택은 주효했다. 라돈치치는 180도 바뀌었다. 컵 대회를 포함해 올해 9경기에 나서 7골-1도움을 올렸다. 놀라운 변화였다. 보르코와 짝을 이뤄 대구전 공격 선봉에 선 라돈치치는 디펜스에도 적극 가담했고, 패스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보르코의 4번째 골 어시스트가 더욱 값졌다. 경기가 끝난 뒤 한편에서 인터뷰를 기다리던 라돈치치에게 장 감독은 환한 미소와 함께 엄지를 치켜세웠다. “유 아 더 베스트(You are the best).” 어깨를 으쓱해보인 라돈치치도 한쪽 눈을 찡긋하며 자신을 믿어준 사령탑에 고마움을 표했다. 라돈치치는 “첫 해트트릭을 올려 기쁘다. 한창 잘했던 2005년과 지금의 난 똑같은 선수다. 장 감독 주문대로 늘 최선을 다한다. 우린 오랜시간 함께 했다. 올해가 마지막이지만 좋은 모습으로 내년에도 팀에 남고 싶다”고 쾌속 항진을 약속했다. 1년 영국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장 감독이 새로이 쓰고 있는 인천발 드라마의 중심에는 라돈치치가 있다. 대구=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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