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KBO는‘우리편들기위원회’?

입력 2008-04-2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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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홈경기정당화앞장…하총장“두산과합의”SK에거짓말
우리 히어로즈를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개의치않는 한국야구위원회(KBO)다. 5월 20∼25일 히어로즈 홈경기를 제주로 옮겨 치르는 작업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SK를 속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하 총장은 16일 SK-삼성전이 열린 문학구장을 찾았다. 표면적인 이유는 SK 박재홍의 2500루타 시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하 총장이 ‘어려운’ 발걸음을 강행했던 결정적 사유는 SK 김성근 감독을 설득하려는 사전 교섭 목적이 컸다. SK는 5월 20∼22일에 걸쳐 히어로즈와 목동 원정 3연전을 갖는 일정이었다. 그러나 고교야구대회와 일정이 중복되는 관계로 목동구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그 대안으로 제주경기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에 대해 원정팀인 SK와 두산(5월 23∼25일)은 제주 오라구장의 땅이나 시설이 도저히 1군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판단, 난색을 표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히어로즈 구단을 대리해 KBO의 2인자인 하 총장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선 것이다. 이 자리에서 하 총장은 김 감독의 양해를 얻어냈다. 그러나 당시 하 총장은 김 감독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두산은 이미 합의했다”란 거짓말을 했다는 전언이다. 즉 ‘두산도 합의했으니 SK 혼자 버티지 말라’는 압박을 한 셈이다. 그러나 ‘제주에 야구 붐을 일으키는데 일조할 수 있다’란 명분을 고려해 선수의 부상 위험이란 부담을 무릅쓰고 제주행에 동의한 김 감독은 다음날 ‘두산은 제주행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란 신문 보도를 보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 감독은 27일 “신문 보고, ‘어’하고 놀랐었다”라며 어이없어 했다. 우리 히어로즈 한 구단의 편의를 위해 나머지 구단을 속이는 기만 행위가 한국 프로야구 전체의 이익을 도모해야 할 KBO에서 스스럼없이 행해지고 있는 꼴이다. 왜 히어로즈를 두고서 ‘KBO의 위성구단’, ‘수렴청정’이라 하는지 알 것 같다. 문학=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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