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형우(24·사진)의 별명은 ‘마쓰이’다. 뉴욕 양키스의 강타자 마쓰이 히데키와 외모가 흡사한 데다 파워를 갖춘 왼손타자라는 점이 같기 때문이다.
적어도 2군에서는 그 별명이 아깝지 않았다. 2007 시즌 타격 3관왕(타격·홈런·타점)이었던 그는 비공식 부문인 출루율·득점·최다안타·최다2루타에서도 모두 1위였다.
그런데 이제 1군에서도 ‘마쓰이’가 될 모양이다. 최형우는 27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5번타자로 출전, 5타수 3안타 3타점 3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다 선발에서 제외된 양준혁의 빈 자리를 잘도 메웠다. 심정수와 양준혁과 박진만이 모두 빠진 삼성 타선이 올 시즌 최다 득점과 팀 최다 안타를 기록한 비결이었다.
예고된 활약이기도 했다. 26일에는 3-3으로 맞선 8회 2사 2루에 대타로 나서 큼직한 중월 결승 2루타를 작렬했다. 삼성은 덕분에 만원 관중을 기록한 사직구장에서 귀중한 2승을 챙겼다.
쉽게 얻어낸 스포트라이트는 아니었다. 최형우는 2002년 포수로 삼성에 입단했지만 4년 만에 방출됐다. 타격도, 수비도 내세울 게 없었으니 팀에서는 그를 붙잡아 둘 이유가 없었다. 막다른 골목에서 최형우가 택한 것은 결국 군복무. 가까스로 경찰청에 입단한 그는 외야수 전향을 결심하고 이를 악물었다. 포수 수비 부담을 떨친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2006년 타율 0.350과 홈런 11개를 때려내며 두각을 나타내더니 2007년에는 독보적인 활약을 펼쳤다. 후회막심인 삼성이 다시 손을 내민 것도 바로 이 때. 최형우는 물론 뿌리치지 않았다.
적응기도 필요했다. 아무리 2군에서 펄펄 날았지만 1군과 같을 리는 없었다.최형우는 “1군에서 적응을 하려면 공을 많이 봐야한다고 생각했다”고 시즌 초반의 부진을 설명했다. 신중한 준비 기간을 거친 셈이다. 그러다보니 점점 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최형우는 “초구나 2구에서도 좋은 공이 오면 적극적으로 타격하려 했다”고 말했다.
사실 이 날 기록은 5타수 4안타가 됐어야 했다. 최형우는 7회 무사 1루에서 롯데 우익수 카림 가르시아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하지만 1루주자 박석민이 가르시아의 총알같은 2루 송구로 비명횡사했다. ‘우전 안타’가 ‘우익수 앞 땅볼’로 둔갑한 순간. 최형우는 “당연히 아깝다”며 입맛을 다셨지만 “타율이나 홈런에 대한 욕심은 아직 없다. 일단 주전으로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