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오브드림]큰점수차서도루금지…규칙집에는없는룰들

입력 2008-04-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야구에는 규칙집에는 규정돼 있지 않지만 해서는 안될 불문율들이 있다. 규칙집에 없으니 실제로 지키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떤 규제나 벌칙은 따르지 않는다. 하지만 같은 팀 혹은 상대 팀에게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하고 어떤 경우는 보복성 플레이로 맞대응이 돌아오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법도 시대에 걸맞게 고쳐지듯 최근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런 규칙 아닌 규칙, 즉 불문율이 깨지고 있다. 아직도 존재하거나 바뀌는 불문율을 살펴보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큰 점수차로 이기는 팀이 경기 후반 도루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지만 실제로 그런 경우는 흔치 않다. 이미 오늘보다 내일 경기 생각이 가득한 상대팀을 짓밟는 느낌을 주는 것을 피하라는 것이다. 이 룰은 아직도 건재하다. 그런데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룰은 홈런을 친 타자가 타석에서 자신의 멋진 타구를 감상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렇게 자아도취의 자세를 보이는 타자는 바로 다음 타석에서 몸 맞는 공 혹은 최소한 위협구를 감수해야 했다. 이제는 홈런의 시대라서 그런지 홈런 타자 중에서 자신의 타구를 감상하는 타자들이 흔해지고 있다. 600홈런에 다가서고 있는 켄 그리피 주니어와 홈런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가 이런 추세를 부채질했다. 상대팀과 몸싸움이 벌어졌을 때 덕아웃에서 나오지 않는 선수는 팀 내 ‘왕따’를 감수해야 한다. 단 현재 마운드에 있는 투수는 나오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투수가 절체절명의 순간에 삼진을 잡고 지나치게 포효하거나 감정을 행동으로 드러내는 것도 금기시했다. 1980년대 후반 최고의 마무리 데니스 에커슬리(오클랜드)가 이런 행동을 잘했는데 자신은 타석에 서지 않았기 때문에 마크 맥과이어나 호세 칸세코 같은 팀 동료들이 에커슬리 대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 규칙 아닌 규칙도 요즘은 빛이 많이 바랬다. 팬들에게 확실한 자기 어필을 하는 행동으로 여긴다. 상대로서는 은연중에 분하지만 이해하는 분위기로 흐르는 것이다. 아직 지켜지는 또 다른 룰은 노히트 경기가 진행 중일 때 번트를 시도하지 않는 것이다. 2002년 애리조나의 커트 실링이 퍼펙트게임을 진행 중이었는데 샌디에이고의 포수 벤 데이비스가 8회 1사후 번트를 시도해 대기록을 깨뜨린 적이 있었다. 경기 후 당시 애리조나 봅 브렌리 감독은 “데이비스가 어려서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용서되는 불문율도, 아직 굳건히 지켜지는 불문율도 있다. 변화가 생기건 그대로 유지되건 알면서도 상대 맘을 상하게 하는 것은 승부욕이 아니라 집착이 아닐까 한다. 송 재 우 메이저리그 전문가 인생은 돌고 돌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제자리다.아무리 멀고 험난한 길을 돌아가더라도 평안함을 주는 무엇이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