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미국을울린‘스포츠맨십’

입력 2008-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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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0일(현지시간) ESPN의 아침 스포츠 프로그램 ‘First take’는 한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 소프트볼 선수를 2명의 다른 팀 선수가 부축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홈런을 때린 선수가 갑자기 무릎 부상을 당해 상대 팀 선수가 부축해서 베이스를 밟게 해준 것이다. 이 장면은 지난달 26일 워싱턴주 엘렌스버그에서 NCAA 디비전II 여자 소프트볼 웨스턴 오리건-센트럴 워싱턴전에서 벌어졌다. 미국에서는 여자 소프트볼의 인기가 매우 높고 저변도 넓다. 웨스턴 오리건의 외야수 새라 투컬스키는 156cm의 작은 체구로 고교부터 대학 때까지 홈런이 단 1개도 없었다. 주전 외야수도 아니다. 2회초 누상에 2명의 주자를 두고 투컬스키는 혼신의 힘을 다해 스윙을 했다. 이 타구가 뻗어 센터 펜스를 넘기는 홈런이 됐다. 너무 기쁜 나머지 1루도 밟지 않고 2루로 향하다 다시 돌아왔다. 그런데 아뿔싸 1루를 밟다가 쓰러지면서 갑자기 무릎 통증이 왔다. 기어서 1루를 간신히 터치했으나 더 이상 걸을 수가 없었다. 이 때 1루코치는 동료가 도와주면 아웃이 된다고 주의를 줬다. 심판은 대주자를 불러도 되지만 홈런이 아니라 단타에 그친다고 했다. 어떻게 만든 홈런인데… 아쉬웠다. 그런데 갑자기 상대팀 센트럴 워싱턴 선수들이 투컬스키를 부축했다. 관중들과 양팀 선수들 모두 깜짝 놀랐다. 콘퍼런스 홈런 리더 1루수 맬로리 홀트먼과 유격수 리즈 월러스가 투컬스키를 부축하고 베이스를 돌았다. 소프트볼 룰에는 동료들이 부축하면 아웃이 되지만 상대 팀이 도와주는 행위가 아웃이 된다고 나와있지는 않다. 심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 사실 센트럴 워싱턴에게 이 경기는 매우 중요했다. 패하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되는 경기였다. 그러나 그들은 스포츠맨십으로 당당한 패전을 택했다. 센트럴 워싱턴은 2회말에 2점을 뽑았다. 투컬스키의 홈런이 단타에 그쳤으면 2-2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결국 센트럴 워싱턴은 2-4로 패해 콘퍼런스 우승도 놓치고 NCAA 디비전II 플레이오프 진출도 좌절됐다. 그러나 센트럴 워싱턴 대학이 보여준 스포츠맨십은 전 미국인들을 감동케 했다. LA=문상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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