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양김의야구론…“잭팟”VS“데이터”

입력 2008-05-0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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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원’의 작가 아사다 지로는 스스로를 일컬어 “소설 쓰는 갬블러”라 칭한다. 얼마나 도박을 좋아하면 ‘세계 카지노 기행’이란 에세이집까지 냈을 정도다. 이런 아사다 지로가 정의하는 타짜는 “언제나 포커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성격이 좋아서 주변에 적이 없고, 무엇보다 승운이 따르는 사람”이다. 진정한 타짜는 후천적 노력이 아니라 타고 나는 것이라고 그는 설파했다. 한화 김인식 감독의 탁월한 팀 매니지먼트 능력은 ‘야구계의 타짜’란 별칭에 모자람이 없다. 실제 김 감독은 갬블을 싫어하지 않는다. 지금이야 체력도 예전 같지 않고, 여유도 없지만 일이 있어 외국에 나가면 짬짬이 즐겼다. 김 감독은 갬블에 대해 “전부 운”이라고 잘라 말한다. 갬블을 야구로 바꿔도 김 감독의 화법은 거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확률이 떨어져 보여도 기다리고 기다리다 결국 대박을 터뜨리는 김 감독 특유의 선수 발굴법이나 경기 운영법이 연상된다. 미국에서 2달러를 걸어 2000달러 잭팟을 떠뜨린 적도 있었는데 딴 돈은 전부 주변에 나눠줬다. 김 감독 주변에 왜 사람이 따르는지 짐작가는 대목이다. 반면 또 한 명의 명장 SK 김성근 감독은 갬블에 대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 파친코에서 2000엔,3000엔 없어지는데 30분이면 그만이다. 그 돈으로 우동이나 사먹는 편이 낫다”고 말한다. 철두철미 합리주의자를 지향하는 김 감독으로선 객관적 승률이 지극히 낮은 갬블이 선천적으로 맞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김 감독의 철저한 자기 절제가 곧 SK의 무결점 야구로 이어졌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대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오승환 ‘20만원짜리 V’…형님들 약오르죠? 삼성 선수들은 1일 우리전을 앞두고 라커룸에서 TV를 통해 대통령배고교야구 경북고-경기고의 준결승전을 관전하며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그럴 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경북고 출신의 배영수와 경기고 출신의 오승환이 서로 모교를 응원하다 “누가 이기는지 내기하자”로 발전한 것. 거금 10만원이 걸린 내기였다. 그러자 대구상고(현 상원고) 출신 양준혁도 오승환에게 “나도 경북고가 이긴다에 10만원 걸겠다”고 나서 판이 커졌다. 오승환으로서는 경기고가 이기면 20만원을 ‘꿀꺽’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경기고가 패하면 20만원이 날아가는 모험. 경북고가 4회 3점을 뽑으며 앞서나가자 양준혁과 배영수가 시끄러워졌다. 그러나 배영수가 훈련을 하기 위해 휘파람을 불며 그라운드로 나간 사이 경기고가 후반에 4-3 역전에 성공. 양준혁은 6회 역전당할 때 “거기서 승부하면 우짜노”라며 고함을 치고 역정까지 냈다. 오승환은 뒤에서 슬며시 미소만 지었다. 4-3 경기고의 승리로 끝나자 양준혁은 머리를 감싸쥐고 씩씩거리며 10만원권 수표 한 장을 오승환에게 던지다시피 했다. ‘돌부처’ 오승환은 좋은 듯, 미안한 듯 얼굴이 빨개지더니 아무 말 없이 냉큼 돈을 주워갔다. 배영수는 그라운드에서 뒤늦게 소식을 접한 뒤 “진짜 역전됐어요?”라고 놀라더니 두눈으로 확인해야겠다는 듯 쏜살같이 라커룸으로 달려갔다. 애교심과 애향심이 뒤섞인 뜨거운 한판 승부였다. 그 열기에 외국인선수 제이콥 크루즈와 웨스 오버뮬러도 흥미진진하게 TV에 시선을 고정시킬 정도였으니… 대구=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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