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책3실점괜찮아”…송진우‘200승의여유’

입력 2008-05-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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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내야수들은 7일 사직 롯데전 5회말 수비 도중 선발투수 송진우(42)와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2-0으로 앞서던 흐름에서 연거푸 3개의 에러를 저지르며 송진우의 통산 205승을 날려버렸기 때문이다. 유격수 김민재가 롯데 마해영의 평범한 땅볼을 흘린 걸 시발로 2루수 한상훈이 1루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다 송구된 공을 튀겨버렸다. 곧바로 김민재의 송구 실책까지 나오는 데에는 제아무리 송진우라도 어찌할 수 없었다. 졸지에 비자책 3실점을 떠안은 송진우는 6.1이닝 동안 견뎌냈지만 끝내 승리를 얻지 못했다. 한화가 6-3으로 이긴 뒤 김인식 감독도 “송진우가 잘 던졌는데 못 이겼다”라며 안타까움을 토로할 정도의 역투였다. 그러나 정작 송진우는 터무니없는 에러 3개가 연발되는 와중에도 언짢은 기색 한번 비치지 않았다. 8일 롯데전 직전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연속 3개 에러는 나도 처음 경험했다. 첫 에러가 나왔을 땐 1실점으로 막자고 했는데 계속 나오니 어쩔 수 없더라”며 미소지었다.이어 송진우는 “옛날의 나라면 부글부글 끓었겠지만 지금 내 나이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200승을 넘게 했는데 1승에 연연하는 내색을 해서야 되겠는가? 팀이 이겼으니 괜찮다”라고 덧붙였다. 영화감독 김지운은 에세이집에서 진정한 쿨(cool)함에 대해 ‘터무니없는 슛을 날리고도 아깝다는 표정으로 그라운드에 얼굴 파묻고 쥐어뜯는 한국 선수들이 아니라 지단이나 히바우두처럼 그림 같은 슛을 쏘고도 뒤도 안 돌아보고 제자리로 뛰어가는 무감(無感)한 강자’라고 비유했다. 아마도 200승은 해내야 오를 수 있는 경지인 듯하다. 사직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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