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프로야구는 통산 두 번째 전 구장이 매진됐다. 팬들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진다. 필자도 지난주 고향에 들렀다가 삼성경기를 관전했다. ‘고성원두(古城原頭)’ 대구구장. 마음의 고향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기 전 대구구장의 외야는 그냥 언덕이었다. 어린 시절, 종이 모자를 쓰고 외야 나무그늘 밑이나 풀밭에 앉아, 까까머리 이만수, 장효조, 성준을 응원한 추억이 있다. 어린아이의 두 눈에 비친 대구구장은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외야는 스탠드로 단장되고 삼성의 홈구장이 되었다.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아니 지금은 ‘탁구장’으로 변했다. 하나의 프로리그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시설인프라가 우선이다. 프로야구가 출범한 이래 구단 명칭이나 연고가 전혀 변함없이 그대로인 팀은 삼성과 롯데뿐이다. 성적과 상관없이 이제 전통과 역사를 가진 팀들이다. 대구구장은 프로구단의 홈으로 사용하기에는 너무 작고 낙후되어 있다. 협소한 관계로 증축도 불가능하다. 삼성이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근본적인 어려움이 있다. 대구시도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새로운 구장을 모색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다. 지난 27년간 통산 1000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협소하고 불편한 대구구장에서 이만수, 이승엽, 양준혁에 열광했다. 이제 ‘야구사랑’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에 왔다. 대구시민들도 잠실, 문학, 사직처럼 괜찮은 구장에서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야구를 볼 권리가 있다. 미국과 일본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야구장은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서비스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구장신축은 시가 담당하고 구단은 위탁관리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돔구장은 서울처럼 2개 이상의 구단이 있으면 모를까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구는 지하철과 연계된 곳에 3만석의 야외구장이면 충분하다. 일주일에 3일정도 홈게임이 열리는 야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지하철과 연계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잠실과 사직이 지하철과 연계되어 있는 것도 좋은 선례이다. 신축비용도 부담되는 금액은 아니다. 문학구장은 600억 정도 소요되었다. 1200억원 정도면 대구의 랜드마크가 될 만한 아름다운 구장이 가능하다. 공사기간 3년에 연간 대구시 부담 300억원 나머지는 민자유치나 삼성임대료로 충당가능하다. 대구시 정도의 예산규모에 연간 300억원이 그렇게 큰 액수인가! 현재 대구, 광주, 대전 등 지방구장의 규모는 1960∼70년대 일본의 야구장보다도 훨씬 수준이 떨어진다. 시대는 21세기인데 팬들은 왜 ‘19세기 야구장’에서 돈 주고 관람해야 하는지 구단과 지방자치단체에게 묻고 싶다. 대구 팬들도 잠실과 사직처럼 3만석의 아름다운 구장에서 열광하고 추억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다. 대구 팬들의 꿈은 정녕 언제 이루어질 것인가! 전용배 동명대학교 스포츠레저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