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빗속에울려퍼진“마산갈매기~”

입력 2008-05-1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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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삼성전을 앞둔 13일 오후 5시 마산구장. 삼성 한대화 수석코치는 “차라리 시원하게 비가 쏟아져서 취소되는 게 낫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배수시설이 열악한 마산구장이 한낮에 잠시 내린 비로 질척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늘은 언제 비가 왔냐는 듯 맑고 푸르기만 했다. 오후 5시 30분. 오른편 하늘에서 검은 구름이 몰려오더니 어느새 마산구장을 뒤덮었다. 천둥소리까지 간간이 들렸다. 관중석은 이미 절반 이상 들어찼는데도 말이다. 오후 6시. 한 관중이 소리쳤다. “지금처럼 비 안 올 때 빨리 시작하자!” 마산팬들은 ‘우천 취소’를 자주 경험했다. 일년에 6번 밖에 없는 기회라 더 속상한 ‘우천 취소’다. 그 속도 모르고 비가 또 내리기 시작했다. 마운드를 덮은 비닐 위로 굵은 빗방울이 쏟아졌다. 오후 6시 59분. 예정보다 29분 늦게 경기가 시작됐다. “무조건 하자!”는 팬들의 바람이 거셌던 덕분이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해 직접 그라운드 정비를 꼼꼼히 살폈다. 오후 7시 30분. 또다시 쏟아진 폭우로 경기가 중단됐다. 20분이 흘러도 비는 그칠 줄 몰랐다. 마산 관중의 진가가 드러난 건 바로 이 때. 그들은 삼삼오오 자리를 뜨는 대신 파도타기 응원을 시작했다. 1루에서 시작해 외야를 거쳐 3루까지 돌아오는 거대한 물결. 양 팀 덕아웃의 선수들까지 함께 파도를 탔다. 오후 8시. 비가 그쳤다. “경기 해! 경기 해!” 모두 입을 모았다. 한 관중은 기자실 창문을 두드리며 “비 그쳤는데 왜 야구 안 합니꺼!”라고 대답 없는 질문을 던졌다. 결국 경기진행요원들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왔다. 젖어있는 곳에는 마른 흙을 뿌리고, 헝클어진 곳은 고르게 다졌다. 오후 8시 14분. 44분 만에 경기가 속개됐다. 얄밉게 오락가락하는 비를 뚫고 ‘마산 갈매기’가 울려퍼졌다. 1만2298명이 합창하는 노래 소리였다. 마산= 배영은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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