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승부KBO입맛대로바꾸다니…

입력 2008-05-15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구야구위원회(KBO)는 15일 저녁 늦게 느닷없이 보도자료 한건을 냈다. ‘25일 제주오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우리 히어로즈전은 경기 개시 후 4시간 이후에는 새로운 이닝에 들어갈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경기니까 적어도 오후 6시 전후로는 끝낼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취지다. 올해부터 무제한 연장승부를 도입해놓고도 KBO가 갑작스레 이런 특별규정을 내놓은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두산과 히어로즈 선수단이 휴식과 다음 경기 일정에 차질을 빚지 않기 위해서는 가급적 일요일인 25일 곧바로 상경해야 하는데 이용가능한 교통수단이라고는 항공편 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칫 연장승부로 돌입해 경기 시간이 늘어지면 귀경하는 관광객의 항공편 이용수요와 맞물려 제주에서 하룻밤 발이 묶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연히 양팀의 월요일 하루 휴식일정이 사라지고, 숙박을 포함한 제반 경비 부담도 추가로 떠안아야 한다. 그러나 제주에서 경기를 치르는 팀들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차원에서 내려진 KBO의 이번 결정은 여러 모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다. ‘끝까지 승부를 가리길 원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며 무제한 연장승부를 도입할 때는 언제고, 불과 6개월도 안돼 이처럼 우스꽝스런 임시규정을 만든다는 말인가. 더욱이 다음주 제주 경기 자체가 어떻게 성사됐는지를 고려하면 더욱 한숨이 나온다. 목동구장에서 고교대회가 열리는 까닭에 20∼22일 SK-히어로즈전, 23∼25일 두산-히어로즈전의 경기 장소를 제주로 급히 변경하면서 KBO는 한국프로야구의 행정을 총괄하는 기구인지, 아니면 특정 구단의 프런트 업무를 대행하는 출장소인지 헷갈리는 처신을 했다. 제주로 가기 싫다는 원정 구단들을 설득하기 위해 KBO 고위임원은 거짓말까지 했다. KBO에 묻는다. ‘팬과의 약속이 더 중요한가, 아니면 특정 구단과의 약속이 더 중요한가.’ 너무도 뻔해 그 답을 잘 알고 있을 터인데도 KBO가 거듭해서 무리수를 둔다면 ‘속사정이 따로 있다’고 밖에 판단할 수 없다. 정재우기자 jace@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