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심과부상]공이냐,몸이냐…심판은괴로워

입력 2008-05-15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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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집중맞으면큰부상·몸사리면정신분산…“안맞는날이운수대통한날”
한국야구위원회(KBO) 전일수 심판위원은 14일 잠실 우리-LG전 주심을 봤다. 그러나 1회초 우리 4번타자 클리프 브룸바의 파울타구에 급소를 맞고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좀처럼 보기 드물게 타구에 맞은 낭심보호대가 쑥 들어갈 정도로 충격이 컸다. 다른 심판에게 주심을 맡기고 구급차에 실려 인근의 병원에서 검진을 받은 결과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15일 잠실구장까지 출근했지만 심판대기실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누워서 얼음찜질을 계속 하고 있어야만 했다. ○너도 나도 문안인사 양팀 선수단은 15일 심판대기실을 무심코 지나갈 수 없었던지 선수와 코치들이 너도나도 문을 열고 “괜찮느냐”며 안부인사를 했다. 전날 파울타구를 쳤던 브룸바도 경기 전 일부러 심판대기실을 찾아 자신의 ‘거시기’를 만지며 “Are you OK?(괜찮느냐)”라고 안부를 물었다. 고의는 아니었지만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전 심판은 “오늘 똑같은 인사를 수도 없이 받고 있다”며 웃었지만 가끔씩 찾아오는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지기도 했다. ○좋은 장비를 쓰고 싶지만… LG 포수 조인성은 전 심판에게 “좋은 걸로 쓰세요. 저도 크고 튼튼한 걸 써요”라며 자신의 낭심보호대를 툭툭 쳤다. 다른 심판들은 “주심은 공이 들어올 때마다 일어섰다 앉았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큰 걸 쓰면 사타구니에 걸려 사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최근 가슴의 프로텍터도 튼튼한 일본제품을 쓰고 있다고 한다. 국산은 없고 미국산은 체형이 우리와 맞지 않기 때문. 이날 주심을 맡은 오석환 심판위원은 “파울타구에 쇄골을 맞으면 그 자리에 주저앉을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프로텍터가 쇄골부분이 약해 쇄골이 부러지는 심판이 많았지만 요즘 프로텍터는 강한 재질로 나와 그나마 다행이다”고 말했다. ○무방비 상태의 충격 한 심판은 “선수는 자신이 공에 맞을 가능성이 있으면 움츠리면서 근육을 긴장시켜 큰 부상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심판은 공을 보고 판정을 해야하기 때문에 몸에 힘이 풀려있는 상태에서 맞는다. 정신을 바짝 차려도 오심이 숱하게 나오는데 몸에 힘주면서 정신을 분산시킬 수가 없다. 권투선수가 무방비 상태로 펀치를 맞으면 쓰러지듯 우리도 근육을 긴장시키지 못하기 때문에 공에 맞는 순간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자세교정이 최선의 부상방지책 주심을 보다 파울타구에 한번도 맞지 않으면 운수대통이다. 최선의 부상방지책은 자세 교정이다. 자세가 나빠 유난히 공에 많이 맞는 심판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자세가 좋을까. 주심을 자세히 보면 팔꿈치를 뒤로 놓고 자세를 잡는 것을 알 수 있다. 파울타구에 팔꿈치를 맞으면 곧바로 골절되기 때문에 가능한 공이 살에 맞도록 팔을 돌려 자세를 취한다. 그러나 이것 뿐이다. 다른 방법은 없다. 잠실= 이재국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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