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진의야구속야구]보이지않는에러가투수좀먹는다

입력 2008-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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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힘있는 구속으로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투구 후 제2의 수비수로 돌아와 자기 앞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을 대비하는 자세도 철저하게 지켜야 한다. 야구에서는 기록되지 않는 실책, 보이지 않는 에러도 있다. 경기 중 일반팬들에게는 잘 보이지 않는 에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이 바로 투수 주변이다. 게임을 잘 풀어가다가도 번트나 베이스커버, 그라운드 볼 처리 능력 부족으로 게임을 망칠 때가 많다. 한순간 어이없는 실수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프로는 물론 초·중·고교의 투수훈련 스케줄표를 보면 ‘P.F.P’라는 영문자를 볼 수 있다. ‘Pitcher Formation Practice’의 약자다. ‘투수 포메이션 훈련’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투수 앞에 발생할 모든 상황을 가정해 훈련을 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매일 반복훈련을 하지만 정작 게임 때는 긴장해서 엉뚱한 플레이를 할 때가 많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마운드에서 한 번쯤 상황 대처에 대해 머릿속에 그리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본다. 게임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의 작전 중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번트다. 주자를 한 베이스 보내주고 타자를 잡는 안전한 플레이를 할 것인지, 아니면 앞주자를 잡는 과감한 플레이를 할 것인지는 투수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만 수비는 안전한 플레이를 요구하고 연습도 그렇게 한다. 상황에 따라 번트 타구가 강하게 오거나 주자의 스타트가 늦다면 주자를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대비하는 자세도 가져야 한다. 게임 후반에 번트수비 하나가 팀승리에 공헌할 수도 있고, 팀승리를 날릴 수도 있다. 사실 투수들도 타자들의 번트상황을 잘 알고 있다. 주자가 1루에 있으면 타구는 1루쪽으로, 주자가 2루에 있으면 타구는 3루쪽으로 보낸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투구를 한 뒤 마운드에서 이를 정확하게 대비하는 선수들이 그리 많지 않다. 젊은 선수일수록 투수는 볼만 잘 던지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할 때가 많다. 베테랑들은, 물론 경험이 많아서도 그렇겠지만 수비 하나의 중요성을 잘 알고있기 때문에 대부분 사전에 이에 대비하는 자세를 가진다. 수비를 잘하는 투수는 위기 때 극복능력도 뛰어난데 번트만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원아웃 주자 1·3루에서 투수 앞에 빠른 강습타구가 나왔을 때 2루와 1루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더블플레이를 하는 쪽과 3루주자를 잡기 위해 홈으로 던지는 쪽이 있다. 상황을 비교해 보면 후자는 엄청난 실수다. 독자들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마운드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선수도 인간이기 때문에 실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직업선수이기에 두 번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노력하고 대비하는 자세를 항상 갖추어야 한다. 마운드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처리능력이 향상되면 투수 스스로도 안정돼 간다. 번트타구를 잡을 때는 철저하게 하체를 낮춰야하며, 그라운드 볼을 잡은 뒤에는 정확한 송구가 필요하다. 투수 왼쪽 옆 타구는 1루로 스타트가 이루어져야 한다. 투수의 수비가 좋아지면 방어율도 함께 좋아진다는 것을 모든 투수들은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항상 기본을 생각하자. 김 시 진 스포츠동아 객원기자 감독 첫해 외풍 때문에 키를 놓았지만 뚝심과 저력은 그대로다 외풍을 겪어봤기에 할 말도 있다 언젠가 다시 키를 잡겠지만 맞바람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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