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윤의스포츠Biz]트레이드?불완전한정보게임

입력 2008-05-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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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김인식, 김성근 감독간의 전화통화 관련기사를 보면서 1986년 일이 생각났다. 이번 전화내용과 마찬가지로 트레이드에 관한 건이었다. 그 해 1월에 주목 받은 트레이드가 한건 있었는데 OB 베어스와 해태 타이거즈의 1대4 트레이드였다. 1983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 3점홈런의 히어로였던 한대화(OB)가 해태 양승호, 황기선을 포함한 4명과 맞교환되는 당시로서는 빅 트레이드였기 때문이다. 이적선수들의 팀에 대한 기여도만 놓고 그 트레이드의 결과를 평가하자면 OB의 대실패, 해태의 대성공으로 끝났다. 해태로 간 한대화의 대활약 덕분에 성패가 극명하게 갈라졌다. 나중에 알게 된 원인은 OB가 부실한 정보로 협상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프로구단에서 트레이드는 서로가 상대에 관해 모든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되는 ‘불완전 정보’ 게임이다. 물론 은밀히 내통해 극비정보를 입수할 수는 있겠지만 스포츠맨십에 위배되고 그게 발각됐을 때는 엄중한 처벌이 규약에 명기되어 있다. 그 트레이드의 전말은 이랬다. 먼저 트레이드 성사 당시 김성근 감독은 OB 베어스 감독 3년차였고, 김인식 감독은 동국대 감독에서 해태 타이거즈 코치로 자리를 옮기는 해였다. 그리고 한대화는 당시 몸과 마음의 병을 앓고 있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몸의 병은 간염이었고 마음의 병은 대우문제였다. 트레이드협상은 전력보강차원에서 추진되는 중요한 협상이기 때문에 당시나 지금이나 코칭스태프의 의견을 반영하게 된다. OB도 그랬는데 하필 김성근 감독은 간염을 앓았던 전력이 있었기 때문에 경험상 회복 후 기량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견을 제시했고, 이광환 코치(현 우리 감독)는 더 강력한 반대의견을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상반된 의견이었다. 한대화에게 생긴 마음의 병은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때문이었다. 1983년 한대화와 박종훈(두산 2군 감독)은 둘 다 계약금, 연봉 합쳐 3000만원씩 받고 OB에 입단한 입단동기였다. 박종훈은 계약금 1200만원+연봉 1800만원, 한대화는 계약금 1800만원+연봉 1200만원으로 같은 총액에서 출발했는데, 당시 연봉인상률이 25를 넘지 못한다는 규약이 마음의 병을 만든 발단이었다. 두 선수 모두 연봉 곱하기 상한선을 2년간 했는데 1800만원에 곱한 것과 1200만원에 곱한 금액이 3년만에 1000만원 격차가 났던 게 마음 병의 원인이었다. OB 구단은 한대화가 치유하기 힘든 마음 병을 앓고 있다는 판단과 코칭스태프의 조언 중 하나를 택해 내부의견을 종합했지만 상대에 관한 정보는 어두운 상태에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당시 알고도 무시했거나 잘 몰랐던 것들은 한대화가 동국대 시절 김인식 감독의 각별한 제자였던 점, 상대 선수에 약간의 부상전력이 있었다는 점, 간염은 치유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여기에 뛰어난 협상력을 인정받아 KBO 사무총장까지 역임했던 협상의 귀재 이상국 해태 단장의 역량까지 보태져 결과적으로 한쪽이 기우는 트레이드가 이루어졌다고 생각된다. 이번 전화 트레이드가 성사되면 결과를 두고 볼 일이다. OB로 트레이드돼 온 양승호는 선수로서는 한대화 만큼 큰 활약은 못했지만 스카우트, 코치 보직을 맡아 선수 이상의 기여는 하고 그만두었다. 따지고 보면 OB 베어스가 그리 큰 손해를 본 건 아닐 수도 있다. 정희윤 스포츠경제연구소장 프로야구 초창기 구단 프런트에서 일하며 ‘돈벌이도 되는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스포츠와 비즈니스의 접목, 나의 지향점이자 한국 프로스포츠산업의 현실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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