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챔스리그결승전결장…맨유,승부차기끝에첼시꺾고‘더블’달성

입력 2008-05-2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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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크면 그만큼 실망도 큰 법.’ 뜻밖의 결과에 한국 축구팬들의 기대와 희망은 한 순간의 물거품으로 변해 버렸다. 박지성은 22일(한국시간) 새벽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1시간 전에 발표된 맨유의 선발 출전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뿐만 아니라 7명의 리저브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로써 박지성은 아시아 최초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선수의 영광을 다음 기회로 미루게 됐다. ‘꿈의 무대’ 결승전 출전이 유력시 됐던 박지성의 결장은 한 마디로 ‘충격’ 그 자체였다. 결승전을 하루 앞둔 지난 21일. 뜨거운 취재 열기를 보이던 국내외 언론들은 맨유의 출전 선수 명단에 박지성을 포함시켰다. 특히 대부분의 영국 언론들은 노장 라이언 긱스보다 박지성의 선발 출전에 비중을 두는 분석을 내놓으며 국내 축구팬들의 기대를 높였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단판승부인 결승전에서 좀 더 공격적인 전술을 소화할 수 있는 오언 하그리브스를 중용한 것. 퍼거슨은 결승전 시작 전 TV 인터뷰에서 “지난 몇 주간 오언 하그리브스의 몸상태는 상당히 좋았고, 현재 그의 몸상태는 최고다” 고 밝혔다. 퍼거슨은 이어 “결승전에 내보낼 선수를 선발하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결정이었다. 박지성은 올 시즌 팀을 위해 크게 공헌했다. 박지성의 결장은 팀을 위한 선택이었다″ 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결승전은 승부를 넘어선 한 편의 드라마였다. 연장 혈투를 벌인 맨유가 승부차기 끝에 극적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탈환했다.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트레블′을 달성했던 1999년 이후 9년만이다. 선취골은 맨유의 몫이었다. 전반 26분 호날두가 오른쪽 측면에서 웨스 브라운의 왼발 크로스를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첼시의 골네트를 가른 것.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8호골을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상승세를 탄 맨유는 전반 34분 호날두의 왼쪽 크로스를 카를로스 테베즈가 다이빙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첼시의 수문장 페트르 체흐의 선방에 막혔다. 계속된 찬스에서 마이클 캐릭이 쇄도하면서 슈팅을 날렸지만 다시 한번 체흐의 손에 걸려 추가골에 실패했다. 전반 내내 공격 주도권을 맨유에게 내주던 첼시는 어렵게 찾아온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전반 44분 에시앙의 중거리 슈팅이 맨유 수비수의 몸에 맞고 문전 앞에서 굴절된 것을 프랭크 램퍼드가 쇄도하며 볼을 밀어 넣어 동점골을 터뜨렸다. 전반을 1-1로 마친 두 팀은 후반들어 더욱 거친 몸싸움과 기싸움으로 팽팽한 접전을 이어갔다. 특유의 조직력으로 맨유를 압박한 첼시는 후반 32분 디디에 드로그바의 슈팅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나와 아쉬움을 남겼다. 가까스로 위기를 넘긴 맨유는 이후 체력이 떨어진 스콜스 대신 라이언 긱스를 투입해 미드필드 장악과 공격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결국 일진일퇴의 공방을 펼치던 두 팀은 정규시간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해 연장전에 돌입했다.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진 상황에서도 두 팀은 단판 승부라는 점을 잊지 않은 듯 집중력을 발휘하며 우승을 향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맨유와 첼시는 각각 한 번씩의 좋은 득점 찬스를 맞았다. 루이스 나니의 교체투입으로 공격력을 강화한 맨유는 에브라의 크로스를 긱스가 결정적인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에 뒤지지 않고 살로몬 칼루와 니콜라스 아넬카 등 공격수를 연이어 투입시켜 맞불을 놓은 첼시는 문전 앞에서 램퍼드의 왼발슛이 다시 한번 크로스바를 맞고 튕겨 나와 골대의 불운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연장 전반에서도 골을 얻지 못한 두 팀은 연장 후반에도 결승골을 이끌어 내지 못해 승부차기에서 우승팀을 가렸다. 운명의 시간. 1,2번 키커로 나선 테베즈와 캐릭이 가볍게 골을 성공시킨 맨유는 3번 키커 호날두의 실축으로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4-4의 동점에서 첼시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존 테리가 골을 성공시키면 우승은 첼시의 품으로 넘어가게 될 상황이었다. 그러나 테리의 슈팅은 오른쪽 골포스트를 벗어나고 말았다. 볼을 차는 순간 디딤발이 비로 젖은 잔디에 미끄러지면서 중심을 잃은 것. 결국 피말리는 승부는 7번째 키커에서 갈렸다. 긱스가 차분히 골을 성공시킨 맨유에 비해 첼시는 ‘풍운아’ 아넬카가 반 데 사르의 선방에 막혀 무릎을 꿇고 말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우승한 맨유가 챔피언스리그까지 휩쓰며 ‘더블’을 달성하는 순간이었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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