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약먹어볼까유혹느꼈지만200승때청심환먹은게전부”
한화 김인식(61) 감독은 ‘살아있는 역사’ 투수 송진우(42·사진)에 대해 “타고 난 몸이다. 저 나이에 저렇게 할 수 있는 건 선천적으로 몸을 타고 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평가한다. 마흔을 훌쩍 넘고도 나이를 잊은 활약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은 물론이고 태어날 때부터 좋은 몸을 받았다는 말이다.
본인도 어느 정도 이에 대해 고개를 끄덕인다. 송진우는 26일 “야구를 수십년하면서 사실 보약도 제대로 몇 번 안 먹었다. 좋은 거 찾아 먹는 그런 성격이 아니다. 난 100자연산”이라고 웃은 뒤 “그런 면에서 이런 몸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린다”고 밝혔다.
메이저리그는 물론 적잖은 국내 선수들도 스테로이드 등 ‘약물의 유혹’에 빠져있다는 소문이 있는 게 사실. 송진우는 “강력한 유혹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나도 한 때 약을 먹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다 나이 마흔 먹어 하고 있는데 얼마나 더 하겠다고 약까지 먹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나도 약을 먹어보긴 했다”며 깜짝(?) 일화를 소개했다.
2006년 8월 29일 광주 KIA전. 선발 등판을 앞둔 그에게 구단 홍보팀 임헌린 과장이 살짝 청심환을 건네주더란다. 대기록을 앞두고 직전 네번의 등판에서 연속으로 승수 쌓기에 실패, 마음 고생이 심했던 그를 위한 정성이었고 그는 결국 이날 개인통산 2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송진우는 “프런트가 그렇게 마음 쓰기가 쉽지 않은데 정말 가슴 찡하게 고맙더라”면서 “신인 때 몇 번 먹고 거의 십몇년만에 청심환을 먹었는데 그 덕분인지 200승을 달성했다”고 옛일을 더듬었다.
등판 때마다 최고령 선발투수 등판기록을 갈아치움과 동시에 개인통산 2000탈삼진이라는 또 다른 대기록을 눈앞에 두고 있는 그는 덧붙여 “주위분들의 관심과 격려에 큰 부담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팬들의 애정과 사랑이 내가 이제까지 버틸 수 있는 힘인지도 모른다”면서 “지난해 초 몸이 좋지 않아 볼을 던지지 조차 못할 때, 주위분들 특히 40대 분들이 ‘우리를 위해 더 뛰어달라’고 하더라. 여기서 내가 좌절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그래서다”라고 설명했다.
주말 청주 LG전에 등판, 2000탈삼진에 또 다시 도전하는 그는 “한 게임에 (삼진을) 많이 잡으면 4,5개인데 이번이든 다음이든 언젠가 되지 않겠느냐”고 되물으면서 “기록보다도 6회, 7회 이렇게 길게 던져 불펜 후배들이 체력을 비축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역시 ‘회장님’다운 넉넉한 모습도 보였다.
김도헌기자 dohon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