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지난 2000년 18승을 달성했을 당시의 위협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15년간의 메이저리그 경험은 올해 은퇴를 고려하던 그에게 보약과 같은 존재였고, 그의 마법 같은 힘은 마운드 위에서 그대로 발휘됐다.
‘코리언특급’ 박찬호(35.LA다저스)가 오랜만에 ‘닥터K’의 면모를 드러내며 홈 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 넣었다.
박찬호는 5일(한국시간)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홈경기에서 0-2로 뒤진 6회초 선발 클레이튼 커쇼를 구원 등판, 3이닝 동안 무려 삼진 6개를 속아내며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선보였다.
이로써 올 시즌 17경기에 출전한 박찬호는 2승 1패(1세이브)를 기록하게 됐고, 평균자책점도 2.21(종전 2.41)로 대폭 하락했다.
또한 최근 10경기에서 3이닝 이상 투구가 6번이나 될 정도로 조 토레 감독의 확실한 믿음맨으로 자리잡았다.
0-2로 뒤지던 6회. 선발 커쇼를 구원하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 박찬호는 화려한 삼진 퍼레이드를 시작했다. 선두 타자 개럿 애킨스를 주무기인 예리한 슬라이더로 첫 삼진을 잡은 박찬호는 후속 크리스 아이아네타 역시 시속 94마일(151km)의 강속구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다음 타자는 이날 2점 홈런을 뽑아낸 제프 베이커. 부담스런 승부에도 불구하고 박찬호는 오히려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였다. 시속 96마일(154km)의 직구, 시속 78마일(126km)의 커브에 이어 시속 87마일(140km)의 슬라이더로 삼구 삼진 처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박찬호는 선두타자 오마 퀸타니아를 풀카운트 접전 끝에 삼진으로 잡아냈다. 하지만 박찬호는 후속 애런 쿡에게 중전안타를 허용해 아쉽게 연속 삼진 행진을 ‘4’에서 멈춰야 했다. 이후 박찬호는 조너선 에레라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2사 1,3루 위기를 맞았지만, 라얀 스필보를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에서 탈출했다.
8회에도 마운드를 지킨 박찬호의 당당함은 빛을 발했다. 선두타자 토드 헬턴을 헛스윙 삼진, 애킨스를 3루 땅볼, 아이아네타를 좌익수 플라이로 삼자범퇴 시켰다. 이후 박찬호는 1-2로 뒤진 8회말 대타 델윈 영과 교체됐다.
한편 박찬호의 호투에도 불구하고 다저스는 타선의 빈공에 허덕이며 1-2로 패하고 말았다.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