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원장의레이디티④]골프는정복하는게아니다

입력 2008-06-1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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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 남편과 아이는 달콤한 잠에 빠져 있다. 물 한 잔을 마시고 컴퓨터를 켠다. 새벽은 하루 중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다. 골프를 시작했을 때는 연습장에 갔지만 지금은 골프 관련 책을 읽거나 정보를 수집하며 보낸다. 또는 골프장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어떤 날은 새벽 골프를 마치고 시간이 없어 끼니도 거른 채 바로 진료를 시작한 적도 있다. 의대를 다니던 시절, 공부를 하기 위해 잠을 물리치던 습관이 배어있어 하고 싶은 것을 위해 잠을 줄이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만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더욱 괴로운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이 커졌다. 몸이 피곤할 때도 있지만 마음이 즐거우니 지치지 않는다. 나는 오늘 아침도 골프와 함께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컴퓨터를 켜고 즐겨찾기 목록을 연다. 모두 골프관련 사이트. 오늘은 골프장 부킹을 하려고 한다.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지만, 일주일에 2∼3번 정도는 골프장을 찾기 때문에 골프를 칠 수 있는 장소를 많이 확보해 놓는 것이 좋다. 이 방법은 초보 때부터 익힌 것이다. 그때만 해도 같이 골프를 칠 수 있는 모임이 없었고 무턱대고 아무한테나 끼워 달라고 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먼저 골프장을 예약해 놓은 다음, 가족이나 친구 등 함께 갈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지금은 골프장을 부킹해 주는 사이트도 많이 생겼지만 그때에는 골프장을 예약하려면 컴퓨터를 종일 켜 놓고 빈 자리가 있나 예의 주시해야 겨우 예약을 할 수 있었다. 초보의 입장에서는 굉장히 적극적인 행동이었는데, 이러한 나의 골프에 대한 열망을 고맙게도, 주변 사람들이 잘 받아 주었다. 눈이 벌겋게 충혈 돼 컴퓨터 앞을 지키고 앉아 있던 그 때의 내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내가 그렇게 골프장에 가기에 열심이었던 것은, 골프를 잘 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십 년 띄엄띄엄 치는 골프보다 일 년 매일 치는 골프가 낫다고 골프와 가까워지기 위해서 나는 무던히도 노력했다. 그렇게 골프와 친해지자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커졌다. 스코어 대한 집착도 강해졌다. 너무 빠지다 보니 힘 조절이 안 됐던 것이다. 그렇지만 골프는 알면 알수록 더욱 어려웠고, 한 단계 올라갔다 생각했지만 더 멀어져 있었다. 그제야 급하게 종종 걸음을 쳤던 내 모습이 보였다. 흔히 골프를 인생에 비유하는데, 그런 면에서 평생을 함께 할 친구로 삼기 충분하다. 골프는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것이다. 이것은 승률에 집착할 수밖에 없는 프로 골퍼들에게도 해당되는 것일 것이다. 잘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믿는다. 정 혜 신 피부과 전문의로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 의 공동진행을 맡고 있다. 골프경력 5년의 골프마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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