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프런티어]정인준본부장“상암구장흑자운영비결? Show를했죠!”

입력 2008-06-10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커다란 사각 방패연의 모습을 한 서울월드컵경기장.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멋을 연출한 이 경기장이 세계 10대 축구경기장에 선정됐고, 흑자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국내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월드컵 이후 2003-2005년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업단장을 지냈고, 현재도 서울시시설관리공단에서 전반적인 사업을 관장하고 있는 정인준(56)사업운영본부장을 만나 서울월드컵경기장 운영 전반에 대해 들어봤다. 상임이사인 정 본부장은 어린이대공원, 서울시내 지하도 상가, 장묘문화센터, 그리고 서울월드컵경기장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2004년 서울시 정책인 대상에 선정됐던 그는 “감사원 감사를 4번이나 받았는데, 잘못해서가 아니라 흑자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서 감사원이 파고들었다. 참, 기분 좋은 감사 아닌가. 그 덕분에 감사원장 표창까지 받았다”며 처음부터 분위기를 띄웠다. 우선, 사업단장을 맡았을 때 어떤 마인드로 경영했는지를 듣고 싶었다. “고객 제일주의였다. 최고 가치는 고객이고, 고객을 잘못 섬기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둘째는 비전과 목표를 구체적으로 정했다. 비전은 세계 제1의 복합문화공간이었다. 축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내 나름대로 3S 전략을 세웠는데, 사커(Soccer) 쇼핑(Shopping) 쇼 비즈(Show-biz)가 바로 그것이다. 유럽을 돌면서 가장 인상적인 문구 중 하나가 ‘체육은 복지다’라는 것인데, 극장이나 헬스, 사우나 등 축구도 보고 쇼핑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다면 직원들에게는 어떤 목표치를 주문했을까. “2002년에는 25억원의 적자였다. 그래서 2003년 목표를 매출 130억원으로 잡았다. 1인당 2억5400만원인데, 이런 목표치를 직원들 책상 앞에 붙이도록 했다. 직원들이 열심히 뛰어준 덕분에 2003년에는 129억6000만원의 매출과 6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270나 성장했다.” 사실 경기장 운영을 통해 흑자 내기는 쉽지 않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제외하고는 국내 모든 월드컵경기장이 적자에 허덕인다. 어떤 비결이 있을까. “2003년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프랑스 생드니구장, 네덜란드 에인트호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을 견학했는데, 클럽들은 모두 흑자였다. 하지만 경기장 관리사업은 흑자를 내지 못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도 K리그 연간 19회 정도, A매치 6-7회 정도가 열리는데 이것으로는 힘들다. 번뜩 떠오른 아이디어가 대형 쇼핑몰이었고, 쇼 비즈였다. 오페라 ‘투란도트’ 나 ‘7080콘서트’ 등을 열면서 히트를 쳤다. 투란도트 공연으로 3일간 8억원을 벌었다.” 국내외에서 자문을 구하러 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했다. “2004년 <워싱턴 타임즈>기자가 찾아왔다. 워싱턴 시장이 교외에 복합체육시설을 계획했는데, 1년에 겨우 4번 정도 밖에 활용할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시민들이 뿔이 났다고 했다. 그래서 체육시설물로 흑자를 내는 국가를 찾다가 서울까지 오게 됐다는 것이다. 2012런던올림픽위원회에서도 사후 관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물었고,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베이징 부시장을 비롯한 체육계 인사들도 찾아왔다. 베트남 체육계 인사도 경기장의 쇼핑몰을 보고 ‘감동’ 먹었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이나 안타까운 점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왜 없겠는가. 2006월드컵 이후 독일은 결승전이 열린 베를린올림픽스타디움의 잔디를 가로 30cm, 세로 20cm 크기로 잘라 75유로에 팔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우리도 월드컵이 끝난뒤 잔디캔을 만들었다. 거기에는 완두콩을 심어 콩이 자라면서 ‘꿈은 이루어진다’는 문구가 선명히 보이도록 했다.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고, 결국 성공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또 하나는 싱가포르 체육부에서 스포츠허브 프로젝트를 공표했고, 10만평에 달하는 스포츠 콤플렉스를 만든다며 국제 공모를 했다. 설계부터 사후 관리까지 모두 도맡는 굉장한 일이었다. 산업은행에서 투자 심사를 했고, 긍정적인 평가까지 받아 꿈에 부풀었다. 공기업으로서 최초의 해외경영을 할 수 있는 기회였는데, 갑자기 싱가포르 정부에서 회의적인 판단을 하면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됐다.” 유창한 말솜씨를 자랑한 정 본부장은 지난 일을 되새기면서도 앞으로의 걱정이 더 앞선다고 했다. 월드컵 이후 6년이 흘렀다면 신선도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바로 곁에 거대한 상암 DMC가 들어서면 새로운 라이벌이 형성된다. 어떤 대책을 강구하고 있을까. “지금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부족한 주차 공간을 확장하고, 지하상가를 만들며, 가족들이 와서 편히 식사할 수 있는 식당도 마련할 계획이다. 최근에 풋살 경기장도 오픈했다. 경기장내에는 이동식 잔디설계를 구상중이다.” ● 정인준 본부장? 52년 경남 밀양 출생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한양대 석사(도시행정학) 서울시립대 박사과정 수료 1983년 시설관리공단 입사 서울월드컵경기장 사업단장, 추모공원 건립추진기획단장, 경영혁신지원본부장, 사업운영본부장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