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훈의유로2008리포트]미리본8강감독열전

입력 2008-06-1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유로 2008은 전 유럽이, 아니 전 세계가 관심을 갖는 대회이다. 특히, 경기를 보기 위해 기차와 자전거를 이용해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오가며 관전하는 독일 젊은이의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 네덜란드 응원단 중 부녀가 함께 얼굴에 페인트로 국기를 그린 모습, 아빠는 오렌지색 가발을 쓰고 딸은 응원가를 함께 부르는 장면, 오히려 아빠가 더 신이 나서 딸 앞에서 재롱을 피우는 모습에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간다. 2002 한일월드컵 때 한국에 와서 붉은 악마의 응원에 감명 받았다는 포르투갈 출신의 한 아저씨를 만났을 때는 그들의 축구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뿌리깊은 축구문화가 부럽기만 했다.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는 동안 유로 2008은 이제 예선 반환점을 돌아 8강 진출 팀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조 1위 그룹인 포르투갈, 크로아티아, 네덜란드, 스페인은 이미 8강행을 확정했지만 나머지 팀들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나머지 팀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음을 잘 알고 있다. 필자의 판단대로 8강을 그려본다면 A조는 터키와 체코 중 한 팀인데, 아마 체코의 꾸준함이 다혈질적인 터키를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B조는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꺾고 무난히 조 2위로 포르투갈과 8강전을 벌일 전망이다. ‘죽음의 C조’는 정말 점치기 어렵다. 그러나 한 팀을 꼽으라면 프랑스를 말하고 싶다. 이는 네덜란드가 루마니아를 이긴다는 가정 하에 하는 얘기이다. 프랑스는 이탈리아, 루마니아에 비해 경기 중 득점에 가까운 찬스를 많이 만들어냈다. 또한, 프랑스는 경기를 거듭하면서 팀 컬러와 전술적 완성도를 높여간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도 그랬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 경기 루마니아전보다 네덜란드전에서 더 많은 득점기회를 만들고, 경기력 면에서도 다소 나아졌다. 다만, 골키퍼의 안정감이 떨어지고 아직은 경기운도 따라주지 않고 있다. 프랑스-이탈리아전에서는 프랑스의 리베리, 이탈리아의 피를로 이 두 선수의 중원싸움이 볼만할 것이다. 돌파와 부지런함으로 경기를 만들어내는 리베리와 미드필드에서 정확하고 날카로운 킬 패스와 경기를 풀어내는 능력이 뛰어난 피를로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경기의 승패를 좌우할 정도로 팀내 비중이 높다. D조는 스웨덴과 러시아의 싸움으로 좁혀졌다. 이 또한 관심을 끌만한 경기로서, 전술력이 뛰어난 히딩크와 스웨덴 전술가의 대부로 일컬어지는 라게르바크의 지략대결이 흥미로울 전망이다. 또 다른 측면으로 흥미를 끌만한 8강 구도를 그려보면 포르투갈의 스콜라리(48년생), 프랑스의 도메네크(52년생), 스페인의 아라고네스(38년생), 체코의 브뤼크너(39년생) 등 50대 이상의 고참 감독과 이에 맞서는 크로아티아의 빌리치(68년생), 네덜란드의 반 바스텐(64년생), 독일의 뢰브(60년생), 프랑스가 탈락하고 이탈리아가 올라간다면 도나도니(63년생) 등 40대의 젊은 감독간의 신구 대결도 많은 얘깃거리를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선진 축구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유로 2008. 향후 2010남아공월드컵에서 등장할 전술적인 경향을 미리 맛볼 수 있는 이번 대회에서 과연 어떤 감독이 최후에 웃을지 미리 예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하재훈 대한축구협회 기술부장. 호남대 스포츠레저학과 겸임교수. -2003년 1년간 부천 SK 프로축구 지휘봉을 잡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깨우쳤다. 당시 느꼈던 감독의 희로애락을 조금은 직설적으로 풀어볼 요량이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