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경영학]전용비행기…별5개호텔…“장거리원정도OK!”

입력 2008-06-17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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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로야구의 어느 팀 노장 감독이 한국야구위원회(KBO)의 행정을 맹비난한 바 있다. 인천에서 저녁 6시 게임 뒤 다음 날 낮 2시에 부산에서 경기하는 살인일정과 무제한 연장전 시행을 두고, 현장의 어려움을 감안하지 않은 처사라고 분개한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이 감독의 지적 자체는 일리 있지만 정작 겨냥은 빗나가도 한참 빗나갔다. 경기 스케줄에 대한 합의는 KBO가 아니라 8개 구단 단장회의에서 결정된 사안이다.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의 기준으로 보자면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들도록 방치한, 진짜 비판 받아야 할 집단은 KBO가 아니라 선수노조다. 일본과 미국 야구를 전부 경험한 셋업맨 오쓰카 아키노리는 “일본의 9연전보다 미국의 21연전이 훨씬 편하다”라고 단언했다. 왜 그럴까? 시스템적으로 메이저리그는 선수를 가장 우선에 두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부의 뉴욕에서 서부의 LA로 이동할 경우, 비행기로 대략 5시간이 소요된다. 3시간의 시차까지 있다. 때문에 메이저리그 구단은 전용 비행기를 전세 혹은 소유하고 있다. 고액 연봉 선수는 개인 비행기로 이동하기도 한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텍사스와 계약 당시 톰 힉스 구단주의 전용기를 빌려 탈 수 있는 조항을 삽입하기도 했다. 9·11 테러 이후 공항 경비가 삼엄해져 수속이 지연되고 있지만 메이저리거는 예외다. 선수들은 구단 버스로 곧장 비행기까지 직행한 뒤 기내에서 수속을 밟을 수 있다. 다만 자유로운 복장을 용인하는 홈경기 때와는 달리, 원정 이동시엔 정장 차림이 엄수된다. 숙소 역시 별 5개짜리 호텔에서 묵는다. 호텔은 팬들의 난입에 대비해 철저한 보안으로 선수들의 사생활을 지킨다. A-로드처럼 원정 시 스위트룸에 묵는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명시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 못한 선수는 사비를 들여서 스위트룸에 묵기도 한다.이는 곧 메이저리그 노사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믿음을 공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조치다. 그러나 결코 구단의 일방적 시혜에 의해서가 아니다. 선수노조가 쟁취한 결실에 가깝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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