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퀸컵국제망신…선수부정교체·공식기록지조작

입력 2008-06-1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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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피스퀸컵 수원국제여자축구대회’에서 대회 규정에 어긋난 선수 교체가 이뤄진데다 경기 감독관 및 심판이 경기 공식 기록지를 조작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승인한 국제대회여서 한국축구는 국제적인 망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문제의 경기는 1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아르헨티나와 뉴질랜드의 A조 조별리그 2차전. 이번 대회 규정상 교체 가능한 선수는 ‘5+1’이다. 즉, 필드 플레이어는 최대 5명까지 교체할 수 있고, 골키퍼에 한해 추가로 1명 더 교체가 가능하다. 대회 직전인 13일 각 팀의 공식 매니저 미팅을 통해 교체 선수 숫자를 ‘5+1’로 최종 결정했다. 이날 1-0으로 앞서던 뉴질랜드는 후반 인저리 타임 때 메리사 스미스(18번)를 빼고 베시 해싯(12번)을 투입했다. 그런데 이때 문제가 발생했다. 해싯은 뉴질랜드의 6번째 필드 플레이어 교체였고, 이는 대회 규정에 명백하게 어긋난 교체였다. 하지만 주,부심을 비롯해 대기심까지 아무도 이런 위반을 깨닫지 못했고, 경기는 뉴질랜드의 1-0 승리로 끝났다. 더 큰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경기 후 대회 규정에 어긋났다는 사실을 깨달은 경기감독관은 공식 기록지에 적힌 베시 해싯의 이름을 화이트로 지운 채 서명했고, 이 기록지가 언론에 배포됐다.(작은사진 위) Y 경기감독관은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경기가 끝나고 6명의 교체가 이뤄진 것을 알았지만 해당 선수가 투입된 게 추가시간이었고, 경기 승패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 같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구체적인 경위를 묻자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10여 분 후에 재차 이뤄진 전화통화에서 Y 감독관은 “경기 후 기록원과 만나 기록을 대조하던 중 기록원이 뉴질랜드 교체 선수가 7명이라고 하길래 확인을 해보니 선수 한명이 중복 표기돼 있어 이를 지우개로 지웠다”면서 “그리고 6명 중 한 명이 골키퍼냐고 물으니 기록원이 아니라고 대답했고, 이번 대회에서는 필드 플레이어가 5명까지만 교체가 가능하다고 말해주며 마지막에 교체된 선수를 화이트로 지웠다”고 말했다. Y 감독관은 이어 “이 사실을 다시 대기심에게 확인해보니 대기심이 6명이 교체된 것이 맞다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해 기록지를 수정하려 했으나 이미 기록원이 가지고 가버린 후여서 어쩔 수 없이 다음날 해당 기록지에 다시 베시 해싯의 이름을 써 넣었다”고 말했다. (작은사진 아래) 이런 연유로 언론에는 그대로 5명이 교체된 것처럼 기록지가 나갔고, 추후에 이 기록지가 경기감독관에 의해 수정된 것이다. 이에 대해 당일 경기 대기심은 “노 코멘트 하겠다. 감독관님의 말이 모두 맞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록원의 말은 다르다. 해당 경기 기록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대회 조직위원회에 모든 것을 물어보라”면서도 “나는 경기 상황을 그대로 기록지에 기록했다. 틀리게 기록한 것은 없다. 7명을 써 넣었다는 것은 또 무슨 소리냐”고 반박했다. 기록원과 경기감독관의 말이 엇갈리고 있어 파문이 확산될 경우 진실게임 양상으로 흐를 전망이다. 이와 관련, 복수의 축구 관계자들은 “뒤늦게 이 사실이 밝혀져도 해당 경기 승패가 뒤집어질 확률은 낮다. 대회 조직위원회 결정에 따라 해당 감독관과 심판에 대한 징계가 이뤄질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기록지 조작 사건으로 국제적인 망신을 사는 것은 물론이고 대회 위상에도 상당한 흠집이 날 것으로 보인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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