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김의MLB수다]‘제한구역’덕아웃엔무엇이있을까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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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메이저리그 덕아웃의 풍경을 살펴보겠습니다. 경기중 메이저리그의 덕아웃 규율은 아주 엄격합니다. 감독, 8명의 코치, 2명의 배트보이, 안전요원 1명, 트레이너 2명, 장비관리자 1명 외에는 아무도 덕아웃 출입이 허락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억만장자의 구단주라도 일단 경기가 시작되면 덕아웃 근처에도 갈 수 없습니다. 물론 제게도 메츠에서 근무한 8년 동안 경기중 덕아웃은 유일하게 출입이 허락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2005시즌초 콜로라도 로키스 김병현 선수의 임시 통역으로 일하면서 뜻밖에도 덕아웃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물론 메이저리그 규정상 허락되지 않았지만 규정에 익숙하지 않았던 클린트 허들 감독의 공(?)이 컸던 것이죠. 룰을 제대로 몰라서 일어난 일이지만 아무튼 싫지않은 것 만은 사실이었습니다. 저야 내색하지 않고 그저 싫은 일을 마지못해 하는 듯 표정관리만 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말이죠. 맙소사, 제가 경기중인 메이저리그의 덕아웃에 앉게 되다니! 메이저리그 선수들 흉내를 내 침도 뱉어보고 풍선껌도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씹어보면서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덕아웃에서 경기를 보면서 느낀 것은 긴장감이었습니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은 메이저리그나 한국이나 비슷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TV 화면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덕아웃 풍경은 어떨까요? 모든 덕아웃 바로 뒤에는 배팅케이지가 있습니다. 언제 대타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는 백업요원들이 많이 사용하는 곳입니다. 덕아웃과 클럽하우스를 연결해주는 복도 사이에는 간이 비디오 시스템과 비디오 분석관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경기중 타자들이 화면으로 상대팀 투수들의 그날 컨디션이나 변화구 움직임을 수시로 체크할 수 있도록 덕아웃 입구쪽에 주로 설치합니다. 때로는 경기중 심판의 오심이 있으면 비디오 분석 요원이 감독에게 즉시 사인을 보내기도 합니다. 야간경기에 덕아웃 구석에서는 커피를 마실 수 있습니다. 약물검사가 없던 몇 년전까지만 해도 많은 선수들이 커피에 약물을 많이 타 먹었다는 전설적인 이야기도 있습니다. 2004년시즌 마쓰이 가즈오가 일본음료수를 덕아웃에서 마시기 시작하자 서재응 선수도 한국 브랜드 드링크를 사들고와 한국음료수가 미국전역에 무료로 광고되기도 했습니다. 로키스의 간판스타인 토드 헬튼같은 경우엔 유니폼 언더셔츠를 자주 갈아입는 편이었습니다. 그렇다보니 경기중 덕아웃 입구 바로 옆에서 세미누드인 그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배트보이는 수시로 클럽하우스에서 헬튼의 언더셔츠를 배달해야 합니다. 덕아웃 이야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담배입니다. 많은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침을 뱉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풍선껌과 같이 씹는 선수들도 있고 입술안쪽으로 물고있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릭 피터슨 전 뉴욕메츠 투수코치 같은 경우엔 풍선껌을 위스키에 담가놓았다가 애용하는 이상한 버릇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승리나 패배, 경기가 어떻게 끝나든 경기후 텅빈 덕아웃은 그야말로 쓰레기장을 방불케 한답니다. -대니얼 김 Special Contributer -85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뒤 뉴욕 메츠 직원을거쳐 김병현과 서재응의 미디어에이전트코디네이터로 그들과 영욕을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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