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이 88년만에 이탈리아의 망령을 떨쳐내고 대회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스페인은 23일 새벽(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에른스트하펠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2008 8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전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해 돌입한 승부차기(PK)에서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4-2로 제압했다. 이로써 스페인은 지난 1984년 준우승 이후 24년 만에 4강에 올라 메이저대회 울렁증을 완전히 극복했음을 알렸다. 무엇보다 1920년 올림픽에서 승리한 이후 메이저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상대로 88년 동안 단 한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했던 징크스도 날려 버렸다. 힘겹게 4강에 오른 스페인은 오는 27일 ‘히딩크매직’ 러시아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스페인을 4강으로 이끈 일등공신은 지난 시즌 사모라 상(라 리가 최소실점 골키퍼에게 주어지는 상) 수상에 빛나는 이케르 카시야스 골키퍼였다. 경기 초반 안드레아스 이니에스타의 공수 조율을 앞세운 스페인은 이탈리아의 빗장 수비를 좀처럼 풀지 못하고 이렇다할 득점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전반을 0-0으로 마친 스페인은 후반 들어 수비라인을 포백에서 스리백으로 전환하며 좀 더 공격적인 전술로 상대를 몰아 부쳤다. 그러나 다소 경기가 소강상태로 이어지자 스페인은 후반 17분 이니에스타 대신 곤잘레스 산티아고 카졸라를, 에르난데스 사비 대신 세스크 파브레가스를 교체 투입시켜 공격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이후 치열한 중원 싸움에서 점차 우위를 점해가던 스페인은 상대 측면을 공략하며 득점을 노렸지만, 이탈리아 잔루이지 부폰 골키퍼의 잇단 선방에 막혀 골문을 여는데 실패했다. 스페인은 후반 중반 지난 시즌 라 리가 득점왕 다니엘 구이자까지 투입하며 상대의 철옹성 같은 수비를 뚫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슈팅이 번번이 골문을 빗나가 연장전에 돌입했다. 스페인의 공격은 연장전에서도 뒷문을 굳게 걸어 잠근 이탈리아에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일진일퇴의 공방을 주고 받으며 득점 없이 연장 전반을 마쳤고, 연장 후반에도 체력이 바닥나 공격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신의 룰렛 게임’ 운명의 승부차기. 스페인은 네번째 키커로 나선 구이자만이 상대 골키퍼에 막힌 가운데 나머지 네 명의 키커가 성공시켰다. 반면 이탈리아는 두번째와 네번째 키커가 카시야스의 선방에 잇따라 걸려 무릎을 꿇고 말았다.
동영상 제공: 로이터/동아닷컴 특약 김진회 기자 manu35@dong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