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제는 올해 등번호를 ‘27’로 바꿨다. 두산에서는 일명 ‘에이스 번호’로 불리는 바로 그 숫자다. 원래 주인은 과거 에이스였던 박명환. 그가 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LG로 떠난 뒤 두산은 외국인 투수 다니엘 리오스에게 27번을 넘겼다. 리오스는 그 번호를 달고 22승을 올렸지만 역시 1년 만에 일본으로 향했다. 그러자 김경문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그 번호, 명제 줘라.” 입단 후 3년간 55번이었던 김명제는 그렇게 27번으로 바꿔달았다. 물론 억지로 받은 번호는 아니다. 안 그래도 3년간 계속된 ‘배번 징크스’ 때문에 등번호를 바꿀 참이었다. 그렇다면 55번 징크스란 뭘까. “저 데뷔 첫 해랑 2007년 성적을 보세요. 둘 다 시즌 총 자책점이 55점이에요.” 지난해는 더 안 좋았다. 방어율이 5.05였으니 말이다. 상황이 이러니 27번 역시 마음 편할 리 없었다. 한참 성적에 예민하던 시기라 “이 번호 달고 주목받았다가 또 못 하면 더 욕먹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짓궂은 선배들은 속도 모르고 “너 올해 2승7패로 끝나는 거 아니냐”며 놀려댔다. 하지만 결국 행운을 불러온 번호가 됐다. 실질적인 에이스로 거듭났으니 말이다. 김경문 감독도 “명제에게 27번을 잘 준 것 같다”면서 흐뭇해했다. 이제 김명제는 또 다른 ‘27번 징크스’를 꿈꾸고 있다. “이미 2승은 넘었으니 2승7패 걱정은 덜었잖아요. 올해는 방어율 2.07을 올리는 게 아닐까요?” 배영은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