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가니에무섭다고장못담그나?

입력 2008-07-24 00: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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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드라마 ′프리즌 브레이크′의 주인공은 스코필드다. 좋아하는 캐릭터는 아니다. (티백의 악마성을 좋아한다) 일단, 정의 관념이 지나쳐서 재수없고, 상황이 통제 범위를 넘어버릴 때 대처가 아쉬웠다. 철저히, 플랜 안에서 완전한 캐릭터라고 본다. 하지만, 스코필드는 탈옥 직전 동료들의 목숨을 담보로 모험을 걸어버린다. 자신이 작업해둔 여의사의 선택을 변수로 배팅한 것이다. 불확실성에 대한 과감한 수용이다. ※테오의 특징은 결단성 보스턴의 단장 테오 엡스타인은 스코필드를 닮았다. 스코필드에게는 팍스리버 교도소의 감시망이, 테오에게는 패배주의에 찌든 루저팀이 괜찮은 자금줄과 함께 주어졌다. 두 사람은 기본적으로 계획 안에서 행동한다. 그리고, 발생 가능한 돌발 상황을 제어할 수 있도록 계획의 뎁쓰를 두텁게 만든다. 여기서 바이블이 된 것은 스코필드에게는 팍스리버의 설계 도면이었고, 테오에게는 빌 제임스의 야구관과 통계책이었다. 둘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간수 벨릭은 탈옥수 검거의 혁혁한 공로로 1계급 특진을 했을 것이고, 테오는 ′트레이드 능력이 살짝 떨어지는 좀 모자란 빌리빈′ 정도의 평가를 받을 것이다. 둘은 중심이 되는 장기계획에 있어서 면밀했고, 제어 불가능한 배팅 상황에서는 대담했다. 테오의 결단성은 여러군데서 읽을 수 있다. 03년 매니 웨이버 공시는 태업 등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매니 길들이기에 성공했다. 04년 노마 가르시아파라 트레이드는 실패했을 상황을 가정할 때, 도박에 가까웠다. 사장 래리 루키노와의 권력 게임에서는 단장직을 사임하는 협박으로 팀 운영의 전권을 획득해버렸다. 마쓰자카와의 포스팅 입찰에서는 예상 금액보다 2배를 적어냈고, 연봉 계약에서 파토를 무기로 값을 후려쳐 버렸다. 전술의 일관됨이 보이지 않는가? 북한 외교력의 8할이라는 벼랑끝 전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테오다. ※테오의 결단이 부른 성공, 그의 변화 테오의 개혁이 빛을 발한건 04년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그 해 우승은 테오가 알파이자 오메가였다. 그의 모든 카드가 정교한 프라모델처럼 딱딱 끼워 맞아 들어갔다. 그가 건드린 선수는 황금으로 변했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04년 커트 실링-키스 폴크-덕 민케비치-마크 벨흔-올랜도 카브레라-데이브 로버츠가 저지른 일을 상기해보자. 그해 테오는 펜웨이파크에 솟대를 꼽고 작두를 타고 있었다. 아마, 당시 루고를 영입했어도 ALCS에서 끝내기 홈런을 쳤을 것이다. 테오는 양키스를 무시하라는 도발과 함께 단장으로 취임했고, 승리로 그 말을 지켰다. 우승은 그에게 강한 발언권을 부여했고, 테오는 이제 자신의 팀을 만들어간다. 팜의 육성을 중심에 두고, 빅마켓에 맞는 외부 영입을 통해 강한 전력을 유지한다. 하지만, 그의 행보는 도전자 시절보다 상당히 비루해졌는데, 방어적 운영을 하면서 여러 실수를 범하게 된다. 계획성과 전격성 사이에서 귀신같이 균형을 유지하던 단장이 총기를 잃어버린 것이다. 우승에 대한 절실함이 사라졌기에 자신의 큰 계획인 팜육성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적당한 선수영입으로 욕은 먹지 않을 정도(포스트 시즌 진출)에 타겟을 맞춘게 아닐까 한다. 여러 인터뷰를 종합해보면 테오가 그리는 그림은 구조적으로 굴러가는 집단이다. 수퍼스타에 의존을 피하고, 보스턴을 시스템화하는 것이다. 육성된 팜에서는 팀에 필요한 부품들을 만들어내고 위로 조달한다. 개인에 대한 의존성이 낮아진 집단은 표준화되고 스킬이 다듬어져 부품의 퀄러티가 보장된다. 그가 강조하는 것처럼 10년에 8번쯤 포스트 시즌에 나가는 컨베이어벨트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테오의 팀은 오클랜드가 아니라는 점이다. 빌리 빈 단장처럼 포스트 시즌은 로또다 하고 말 일이 아니다. ※테오는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올해 오프 시즌은 보스턴의 격변기다. 팀의 오랜 축이었던 매니의 행보가 시계 제로의 스모그 상태이기 때문이다. 테오가 특유의 과단성을 발휘, 빅딜을 통해 라인업의 중심을 세울 수도 있다. 또, 적당한 영입으로 빈자리를 메우며 유망주의 성장을 기다릴 수도 있다. 최근 테오의 모습을 보면 평균 이상의 팜출신 9난장이와 백설공주 놀이를 하고 싶어하는 듯 하기에 후자가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여튼, 매니의 옵션과 관련해 09년의 보스턴은 전혀 새로운 팀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올해 트레이드 데드라인의 움직임이 이를 예상할 하나의 단초가 될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딜의 성공 유무와는 별개로, 최근 보스턴의 성공적인 시즌이 적극적인 움직임 아래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04년의 우승은 삼각딜때문에 가능했다. 07년에는 마스자카-드루의 영입과 악몽같은 가니에딜이 있었다. 더욱, 유망주 애지중지하는 테오였다면 절대 안했을 베켓-로웰-헨리 딜이 없었다면 07년 우승은 없었다. 반면, 이리저리 카드 맞추다 끝난 06년에 보스턴은 그 엄청난 페이롤을 쏟아 붓고도 지구3위에 그쳤다. 보스턴은 양키스에 대한 열등감에 찌든 팀이었다. 그리고, 팬들까지 자조적인 패배주의에 익숙한 팀이었다. 패배는 숙명을 넘어 일부팬에게 피가학적인 변태 성향까지 만든 팀이었다. 그런 팀이 스스로 제국이 되어 간다. 제국의 칭호는 연패를 이룬 팀에게 부여된다. 올해도 충분히 해볼만 하다. 테오는 단기적인 보강을 위해서 팀의 미래를 담보하지 않겠다는 말을 했다. 테오의 말은 옳은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어제의 미래가 바로 오늘이란 것이다. 우승을 위한 퍼즐조각이 비어있다. 제2의 가니에가 두려운가?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04년의 테오라면 살을 내주고 뼈를 쳤을 것이다. ☞ mlbpark 객원 칼럼니스트 [ 다나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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