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주(삼성전자)는 고독한 마라토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이후 12년간 한국마라톤을 홀로 떠받쳐왔다. 서른여덟 나이에 올림픽 4회 연속 출전. “이번이 마지막이란 각오로 뛴다”는 이봉주의 ‘피날레 올림픽 레이스’란 사실만으로도 24일 남자마라톤을 지켜보는 것은 한국민들에게 의무에 가깝다.
이봉주는 지난해와 올 4월 베이징 마라톤 코스를 두 차례나 답사한 뒤 “완만한 언덕이 나오는 35km 지점을 승부처로 보고 스퍼트하겠다”는 작전을 세웠다. 이봉주는 6월부터 두 달간 일본 홋카이도 강훈을 마친 뒤 6일 중국 다롄에 들어갔고, 21일 베이징에 입성했다. ‘연습까지 합치면 태어나서 15만km를 달려온’ 이봉주는 일생을 건 승부를 앞두고 식이요법과 컨디션 회복까지 마친 상태다.
이봉주와 오인환 감독은 당일 날씨를 최대 변수로 보고 있다. 2시간9분대에서 금메달이 가려지리란 예상이다. 오히려 체력은 큰 문제가 아니다. 세계기록(2시간4분26초) 보유자 게브르셀라시에(35·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아시아기록(2시간6분16초) 보유자 다카오카 도시나리(38·일본), 아테네올림픽금메달 스테파노 발디니(37·이탈리아), 2003베를린마라톤에서 최초로 2시간5분벽을 깬 폴 터갓(39·케냐)이 모두 현역이다.
또 마틴 렐(2시간5분15초) 사무엘 완지루(2시간5분24초) 등 ‘마라톤 왕국’ 케냐의 벽을 넘어야 한다. 또 베이징 코스는 평탄하다는 평가여서 이봉주가 스피드 싸움을 이겨낼지가 관건이다. 이봉주의 최고기록은 8년 전 도쿄마라톤에서 세운 2시간7분20초(한국기록). 한국은 이봉주 외에 이명승(29·삼성전자)과 김이용(35·대우자동차판매)도 메달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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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은 이변의 연속 올림픽 마라톤은 이변의 연속이었다. 서울올림픽 젤린도 보르딘(이탈리아), 바르셀로나올림픽 황영조, 애틀랜타올림픽 조시아 투과니(남아프리카공화국), 시드니올림픽 게자행 아베라(에티오피아)는 모두 금메달 후보가 아니었다.
올림픽 판도가 안개 속인 이유는 기록싸움이 아닌 순위싸움이기 때문. 실제 서울올림픽 이후 우승 기록은 전부 2시간10분 이상이다. 이번 올림픽 역시 최강자 게브르셀라시에가 베이징의 대기오염을 이유로 마라톤 불참을 선언, 이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김영준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