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때부터가족친구세상떠나시련뿐인인생,‘유일한희망’레슬링마저신장이상눈물의기권
한 번의 고난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인생이 ‘불운’으로 점철돼 있다면? 스포츠 선수들에게 시선을 돌려, 몇 차례 찾아온다는 슬럼프와 역경이 계속 발목을 잡는다면?
일반인은 상상치도 못할 아픔을 반복하고 있는 불운한 사내가 있다.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육상 110m 허들 경기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류시앙도, 핏빛 투혼으로 팬들을 울린 남자 역도 이배영 얘기도 아니다. 이 비운의 주인공은 미국 남자 레슬링 대표팀의 주장 대니얼 코미어(29)다.
희망보단 절망으로 점철된 코미어의 인생. 미 루이지애나 태생의 흑인 선수 코미어는 이번 대회 레슬링 자유형 96kg급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지목됐다. 하지만 무리한 체중조절로 인해 신장에 이상이 생겨 8강 경기를 앞두고 병원에 실려갔다. 코미어는 정신은 차렸으나 입원 이틀이 지난 지금껏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고 있는 상태.
물론 코미어는 출전을 희망했다. 그러나 “더 이상 뛰는 건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오자 케빈 잭슨 미국 대표팀 감독은 코미어에게 ‘기권’ 소식을 전해야 했다.
코미어의 꼬인 인생은 7세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말다툼 끝에 외조부가 쏜 총에 맞아 사망했고, 학창 시절에는 친구와 사촌을 교통사고로 잃었다. 오클라호마 주립대 농구부에서 활동할 때는 절친한 친구를 비행기 사고로 떠나보냈다. 뿐만 아니라 2004년 아테네 대회를 준비하던 2003년, 트럭사고로 세살짜리 딸이 즉사하는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었다.
최악의 시련. 매트에서도 코미어의 슬픔은 이어졌다.
2004 아테네올림픽 3-4위전에서 종료 몇 초를 남기고 역전을 허용, 다 잡았던 동메달을 놓친 것. 모든 아픔을 털고 ‘자신을 위해’ 매트에 다시 섰지만 지나친 체중감량이 불러온 이번 사고로 힘겨웠던 4년의 땀과 눈물,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나이 때문에 4년 뒤 있을 런던올림픽에 출전할 지는 미지수. ‘세상에 이런일이’ TV 프로그램에 나올 법한 제자의 억센 불운을 쭉 지켜봐온 잭슨 감독은 “코미어가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절대 이해할 수 없다. 단순한 불행과 불운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 고통스런 인생이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