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김영광“PK연습때일부러안막았는데…”

입력 2008-1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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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인기 가수 리쌍이 부른 노래의 한 소절이죠. 이런 느낌과 꼭 어울리는 선수가 있는데요, 바로 울산 골키퍼 김영광 입니다. 지난 주말 울산과 포항이 맞붙은 K리그 6강 플레이오프를 기억하시죠. 이날 김영광은 연장전까지 120분 동안 선방했지만 정작 팀 승리의 주역은 되지 못했습니다. 후배 김승규가 승부차기 영웅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당연히 서운했을 겁니다. 작년 김영광은 대전과 6강 PO에서 퇴장당해 포항과 4강전을 뛰지 못했어요. 때문에 이번 포항전을 작년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로 여겼는데, 후배를 교체로 출전시켜 잠시 멍해지기도 했답니다. 김영광도 성남과 포항의 FA컵 8강전 승부차기 장면을 수십 번 돌려보며 열심히 분석했다고 하네요. 포항 선수들의 슈팅 방향도 꿰고 있었고, 게다가 컨디션도 좋았고요. 은근히 승부차기를 기대했는데, 교체사인이 나오자 잠시 벤치를 원망했답니다. 울산 관계자들은 “(김)승규가 경기 전날 PK 연습을 할 때 2개를 막아내 출전시켰다”는 뒷얘기를 털어놓았는데, 당시 한 개를 막았다는 김영광은 자신이 못한 게 아니라 일부러 동료들을 위해 다른 방향으로 뛰었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동료들의 슛 방향을 읽고, 움직임을 꿴 상황에서도 막지 않은 것은 팀의 기를 살리기 위함이었다나요. 김영광의 외모가 순둥이처럼 보여도, 실상은 악바리랍니다. 누구보다 많은 조깅을 하고, 훈련할 때는 너무 집중해서 막다가 골대에 부딪힌 적도 여러 번입니다. 잠잘 때조차 운동과 함께 한데요. 압권은 침대에서 한다는 복근 운동이죠. 골키퍼가 넘어졌다 일어나는 동작이 많아 모든 힘의 원천을 복근이라고 얘기하더라구요. 김영광은 아직 K리그 우승 경험이 없어요. 전남에 있을 때 4강에 오른 게 유일했어요. 물론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답니다. 서울과 수원을 꺾고 우승 트로피를 갖고 싶죠. 책임감도 더해졌답니다. 선배보다 후배가 더 많아졌다는 김영광의 내년 시즌 룸메이트가 김승규라는데,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죠. 늘 환한 웃음과 최선을 다하는 김영광이 올해 K리그를 뛰어넘어 2009년 아시아 정상에 우뚝 서길 기원해봅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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