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과 삼성화재의 프로배구 V리그 2라운드가 벌어진 21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은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가 무기력하게 3세트를 내준 뒤 임도헌 코치에게 석진욱(사진)을 교체하겠다는 사인을 냈다. 그러나 이를 눈치 챈 석진욱이 “4세트에도 뛰고 싶다”고 강하게 요청했고, 신 감독은 “그래? 그럼 한 번 해봐”라며 기회를 줬다.
1라운드에서 KEPCO45(한국전력)를 제외한 프로팀에 모두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던 삼성화재는 이날 1위를 달리던 현대캐피탈을 적지에서 세트스코어 3-1(26-24 25-23 17-25 25-17)로 꺾고 4연승을 달리며 6승3패를 마크,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이상 7승2패)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아울러 2라운드 들어 대한항공, LIG손해보험을 3-0으로 완파한데 이어 현대캐피탈마저 누르고 1라운드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했다.
석진욱은 4세트 2득점을 포함 이날 8득점에 그쳤지만 신 감독은 “(석진욱이 요청한) 그런 것들이 바로 우리의 오늘 팀 분위기였다. 선수들이 마치 전쟁터에 나가는 듯했다. 하고자 하는 의지가 승리로 이어졌다”고 높이 평했다. 석진욱 역시 “1라운드 부진 후 감독님이 (최)태웅이와 나를 따로 불러 너무 승리에 집착하지 말고 편하게 하라고 말씀해 주셨다. 2라운드 들어 팀 분위기가 달라졌고 오늘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안정된 서브 리시브, 끈질긴 수비 등 동료들이 마련해 놓은 ‘밥상’에 숟가락을 든 것은 안젤코(28)의 몫이었다. 안젤코는 37득점에 60%의 공격성공률을 보이며 상대 코트를 폭격했다.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이 “안젤코가 오늘같이 하면 막을 팀이 없을 것이다”고 혀를 내둘렀을 정도.
안젤코의 공격 점유율이 너무 높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지만 신치용 감독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팀마다 잘 맞는 전술이 있다. 오히려 세터 (최)태웅이에게 더 좋은 볼을 안젤코에게 주라고 주문한다”며 이를 일축했다. 안젤코는 “지난 시즌 이곳에서 우승을 확정지었기에 느낌이 좋다. 현대캐피탈을 만나면 더 흥분되고 체력적으로 힘들어도 의욕이 강해 버틸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유관순체육관에는 8224명이 입장, 만원을 기록하며 올 시즌 최다 관중기록을 세웠다.
한편, KEPCO45는 신협상무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역전패, 올시즌 단 한경기도 이기지 못했고, 여자부에서는 흥국생명이 KT&G를 3-0으로 물리쳤다.
천안|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