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포항전국장사씨름대회…모래판새싹들‘으랏차차’

입력 2009-05-0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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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부 단체전 결승전에서 대구연합팀의 김준범(홍샅바)이 창원연합팀의 김두형(청샅바)을 배지기로 넘어뜨리고 있다. 사진제공 |전국씨름연합회

“아싸! 파이팅!” “엉덩이 뒤로 쭉 빼고” “잡채기! 잡채기!” 5월 5일 어린이날. 포항시 남구 대도동 실내체육관이 용광로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모래판을 중심으로 체육관 한쪽에는 대형 멀티스크린이 세워졌다.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이기수 등 한국 씨름판 거인들의 사진이 사방의 벽을 에워쌌다. ‘세계 일류도시를 향한 꿈’ 포항을 알리는 거대한 현수막도 걸렸다. 장내엔 온 종일 신나는 동요가 울려 퍼졌다. 제6회 연합회장배 국민생활체육 포항전국장사씨름대회 첫 날. 전국에서 몰려든 어린이 장사들이 모래판 위에서 ‘한 판 붙는’ 날이다. 5일부터 8일까지 4일간 열리는 이 대회는 5일 어린이부(초등학생) 대회에 이어 6·7일 생활체육부 단체전과 개인전, 8일 통합 남녀 장사대회로 이어진다. 5일 어린이대회에는 전국 초등학교 20개교에서 210명이 참가했다. 생활체육부까지 합하면 총 520명의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서 샅바를 잡는다. 대회가 포항에서 열리게 된 것은 올해가 포항이 시로 승격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국민생활체육 전국씨름연합회 최영만 회장(61·포항시의회 의장)의 힘이 컸다. “분위기가 아주 좋습니다. 우리 씨름계로서는 이번 대회가 굉장히 중요한 기회입니다. 선수와 포항시민, 군인, 산업 근로자, 관계자들이 다 혼연일체가 되어서 씨름의 인기를 되살려 봐야지요. 포항이 화덕이 되어 생활씨름이 화악 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노력해서 모두가 함께 흥겹게 어울릴 수 있는 마당을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번 대회를 바라보는 포항시민들의 시선 역시 따뜻하기 그지없다. 대회를 위해 시민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이번 대회에는 유독 자원 봉사자들의 참여율이 높다. 포항향토청년회, 포항시 부녀봉사대, 새마을 부녀회 등이 대회 기간 내내 대회장에서 진행을 돕는다. 거리 홍보도 이들의 몫이다. 기자 역시 포항에 도착하자마자 신나는 음악을 틀어놓고 거리를 돌고 있는 대회 홍보차량을 볼 수 있었다. 포항향토청년회 박용선(41) 회장의 얼굴은 흥분으로 붉어져 있었다. “포항에 큰 일이 있으면 늘 저희 청년회가 앞장을 서고 있습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화합의 장을 마련하자는 대회 아닙니까. 저희가 돕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철강의 도시’에서 우리의 전통씨름을 되살려보자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요.” 박 회장은 “어렸을 때 광목을 잘라서 강변에 나가 씨름을 많이 하고 놀았다”며 웃었다. 씨름 홍보대사로 참석한 탤런트 현석 씨는 전국씨름연합회 부회장을 지냈을 정도의 씨름광. “오늘 대회장에 오니 포항의 힘이 느껴집니다. 포항에 오면 늘 마음이 편안하고 ‘기’를 받게 됩니다. 오늘 선수들과 관중 모두가 저처럼 ‘기’를 받고 돌아가게 되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즐거워했다. 대회 첫 날에는 어린이날답게 전국 초등학교 씨름소년들의 단체전과 개인전이 벌어졌다. 요즘 씨름연합회는 어린이 씨름보급에 관심이 많다. 씨름이 범국민적인 사랑을 얻고 전통의 ‘국기’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어린이들에게 씨름을 보급하는 일이 제일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국씨름연합회의 황경수 부회장은 우리나라 씨름계의 존경받는 원로이자 명감독 출신으로 한국 씨름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이다. 황 부회장은 일찌감치 길거리 씨름에 주목했다. 이른바 ‘보는 씨름’에서 ‘하는 씨름’으로의 전환이다. ‘한 번만 해보면 알게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옛날 50대, 60대는 난장이나 축제 때 다들 한 번씩은 씨름을 해 본 세대입니다. 씨름의 맛을 알지요. 그런데 30·40대만 해도 씨름은 보기만 했지, 해본 일이 거의 없어요. 그래서 길거리 씨름 행사를 시작했습니다. 호응이 ‘엄청시리’ 좋습니다. 너도 나도 한 번 해보자는 거지요. 처음에 해수욕장에 가서 했는데, 참가자들이 하도 몰려들어 하루에 다 끝을 못 낸 일도 있어요. 지역 축제에도 자주 가는데 완전 성공이라.” 씨름대회장에서는 씨름만 한다? 적어도 이번 대회는 아니다. “무조건 대회가 재미있어야 한다”는 최영만 회장의 의지로 이날 대회장은 시시때때 모래판 위의 공연장으로 탈바꿈했다. 풍물놀이패와 비보이 공연, 어린이 댄서들의 밸리댄스, 가수 초청공연 등이 이어져 어린이날을 맞아 씨름대회장을 찾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대회장 밖에는 포항의 명물인 구룡포 대게와 호미곶 돌문어 시식코너가 마련됐다. 뭐니 뭐니 해도 이날 이벤트의 하이라이트는 역대 천하장사들의 팬 사인회. 이만기, 이준희 이봉걸, 이태현 네 역대 천하장사들의 사인 테이블에는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이 팬들의 줄이 끝없이 이어졌다. 오전 경기를 마친 뒤 오후 12시부터 열린 개회식은 국민생활체육 전국씨름연합회 최성열 수석부회장의 개회선언과 축포로 시작됐다. 개회식에는 박승호 포항시장, 이강두 국민생활체육협의회장, 한나라당 이병석 국회의원(국토해양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최영만 전국씨름연합회장은 대회사에서 “오늘 이 자리를 빌어 이강두 회장께 씨름 전용경기장을 지어주실 것을 부탁드리자”며 관중의 박수를 유도했고, 이강두 회장은 “다 같이 노력에서 포항에 씨름 경기장을 만들어 보자”며 화답했다. 전국씨름연합회는 포항에서 불붙은 씨름의 열기를 올 한 해 전국을 돌며 흩뿌릴 계획이다. 6월에는 전남 구례에서 국내 최초로 여성들만을 위한 전국씨름대회를, 경남 창원에서는 어린이 천하장사대회를 연다. 이날 어린이부 대회 단체전은 대구연합팀이, 오후에 열린 개인전에서는 김준범(대동초·등록 50kg 이상), 장문배(증평초·등록 50kg 이하), 김재범(신방초·비등록 50kg 이상), 윤유근(성주초·비등록 50kg 이하)가 우승을 차지했다. 포항|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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