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훈채의사커에세이]반가운K리그‘호남팀반란’    

입력 2009-05-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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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5월은 챔피언의 달이다. 각국 리그 일정이 1, 2주 후면 마무리되고 우승컵의 향방도 곧 가려질 전망이다.

그런데 소위 ‘유럽 5대 리그’의 순위표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 잉글랜드,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리그의 상위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맨체스터, 마드리드, 밀라노, 뮌헨, 마르세유 등 머릿 글자가 ‘M’인 도시의 클럽들이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건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유나이티드, 레알, 인터, 바이에른, 올랭피크 같은 클럽들이 명문으로 인정받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수많은 트로피, 잊을 수 없는 명승부, 그리고 충성스러운 팬들이 100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 했고 지금도 그들의 역사는 진행 중이다.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K리그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래 된 리그들 중 하나이고, 그 소속 구단들은 아시아 클럽 대항전에서 가장 많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K리그를 대표할 만한 명문 구단들을 꼽아 보라고 하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 아직은 내세울 만한 역사와 전통이 없기 때문이다.

최근 10년 사이에는 수도권 세 도시(서울, 성남, 수원)의 클럽들이 강세를 보이면서 3강 체제를 구축하는 듯했다.

이들 ‘S 트리오’가 지난 11번의 시즌에서 차지한 우승 횟수가 무려 9번에 달하니 독점이라고 할 만하다.

수도권 집중 같은 사회 문제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만, 어쨌든 다른 팀의 팬들에게는 그리 재미있는 일이 아니었던 것 같다.

다행인지는 몰라도 올 시즌 K리그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서울과 성남의 부진은 지난 해 우승팀 수원의 추락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렇게 3강이 무너지는 사이에 전라도 팀들이 선두에 나섰고, 지난 주말에는 전북, 광주, 전남 등 ‘호남 트리오’가 나란히 이겼다. 특히 전북과 광주는 지난 해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던 서울과 수원을 물리치는 상징적인 승리를 거뒀다.

아직 시즌이 3분의 1 밖에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지만, 이들 세 팀이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세 팀 모두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운도 따라 준다면, 그들 중 하나는 전라도 팀으로선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차지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빈손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도 첫 우승을 차지하기까지 무려 30년을 기다려야 했으니까.
FIFA.COM 에디터

2002 월드컵 때 서울월드컵 경기장 관중안내를 맡으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인연. 이후 인터넷에서 축구기사를 쓰며 축구를 종교처럼 믿고 있다.국제축구의 흐름을 꿰뚫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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