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통신원의현장리포트]로마가마솥더위…지성은웃는다

입력 2009-05-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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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전투력과 사기다. 적은 숫자의 군대가 대군을 맞이하더라도 전투력과 사기에서 앞서면 쉽게 대승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역사에서 많이 배운다.

그렇다면 만약 전투력과 사기가 엇비슷한 양 군이 만난다면 그 승패는 어떻게 될까. 승패를 쉬이 가늠할 수 없는 전투가 펼쳐질 것이고, 어느 쪽이 승리하더라도 양 쪽 모두 피해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를 두고 용호상박 혹은 양웅상쟁 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번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역시 용호상박의 승부라고 할 수 있다. 경기에 나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바르셀로나는 그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맨유에 호날두가 있다면 바르셀로나에는 메시가 있고, 다른 포지션에서도 대척점을 이룬다. 그렇다면 전투력과 사기가 막상막하인 양 클럽이 싸울 때 가장 큰 변수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외부적인 변수이다.

이번 챔스리그 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그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현재 로마의 날씨는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돌고 습도 역시 70%%를 넘고 있어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른다.

걸어 다니는 사람들도 자주 물을 마셔야 하는 날씨 아래에서 축구 경기 90분을 소화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날씨에서는 아무래도 맨유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로마로 떠나오기 전 맨체스터는 낮 최고기온이 섭씨 14도에 불과했으며, 자주 소나기가 내렸다. 맨체스터 시민들은 아직도 가죽점퍼를 입고 있을 정도.

반면 바르셀로나의 경우에는 로마로 오기 전까지 기온이 섭씨 20도로 맨체스터보다 높았다. 여기에 습도 역시 현재의 로마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날씨 상으로 보면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맨유 선수들보다 적응하기 쉬울 전망이다.

26일 새벽(한국시간) 로마 공항을 통해 입국한 맨유 선수단 역시 갑자기 바뀐 날씨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맨유 선수단은 로마 도착 시간과 숙소까지 철저히 비밀에 붙인 채 로마에서 현지 적응에 힘을 쏟고 있다.

무더운 낮과 그에 비해 서늘한 밤의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컨디션 조절에 중점을 두고 있다. 선수들마다 로마 날씨에 적응하는 데 있어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박지성은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맨유의 선수들 중 현재 로마와 같이 기온이 높고 습한 날씨에 가장 적응이 잘 되어 있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박지성은 교토에서 처음 프로생활을 하면서 일본 관서지방의 혹독한 더위와 습기를 경험했다. 이 때의 경험은 프로 생활의 큰 자산이 됐다.

대표팀 경기 역시 더운 날씨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적응된 상태다. 박지성이 A매치에서 넣은 10골 가운데 5-7월 즉, 여름에 넣은 골의 수는 7골이다.

그만큼 박지성은 더위에 강하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시름을 덜어 줄 수 있는 플레이어다.

박지성을 내세운 맨유가 낯선 날씨를 극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익숙한 날씨의 바르셀로나가 좋은 경기를 할 지 지켜볼 일이다.

로마(이탈리아) | 이건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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