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골퍼들의반란’국내대회명승부속출

입력 2009-06-01 17: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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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프로골프투어가 무명들의 반란으로 ‘신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지난 달 31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선 모두 새얼굴이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KPGA 투어 레이크힐스오픈에서는 재미동포 출신의 홍창규(28·타이틀리스트)가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6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캐나다 투어에서 활약하다 외국인 Q스쿨을 통해 2007년부터 국내 대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공동 3위에 오른 게 최고 성적이었지만 올해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새로운 강자 대열에 합류했다.

같은 날 이현주(21·동아회원권)도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KLPGA 투어 힐스테이트서울경제오픈에서 우승후보들의 부진을 틈타 짜릿한 우승키스에 성공했다.

올 시즌 국내 프로골프투어에서 새얼굴의 등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KPGA 투어에서는 개막전부터 새 바람이 일었다.

데뷔 7년차 이태규(36·슈페리어)가 중국에서 열린 KEB 한중투어 1차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잔잔한 돌풍을 일으켰다.

시즌 6개 대회를 치른 현재 강욱순(토마토저축은행오픈), 배상문(매경오픈), 통차이 자이디(발렌타인챔피언십) 등이 우승을 경험했던 반면, 이태규와 홍창규, 박상현(SK텔레콤오픈)은 모두 첫 우승을 기록했다.

KLPGA 투어도 일찍부터 새얼굴이 등장하고 있다.

국내대회 개막전으로 열린 김영주골프여자오픈에서 이정은(21·김영주골프)이 우승을 차지한 데 이어 이현주가 두 번째다.

▲연장 접전 등 명승부 속출

새얼굴의 등장과 함께 올 시즌엔 유독 박빙의 승부가 많아졌다.

지난주 강원도 춘천 라데나 골프장에서 열린 두산매치플레이챔피언십은 최고의 명승부 중 하나였다. 투어 2년차 동갑내기 유소연(19·하이마트)과 최혜용(19·LIG)이 연장 9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의 주인공을 가렸다.

대회의 중계를 맡았던 케이블TV J골프는 시청률은 0.176%(TNS미디어 조사)를 기록했다. 동일 시간 타 골프방송의 시청률은 0.04%에 불과했다.

또 다른 조사기관에서는 1.318%(AGB닐슨)을 기록했다.

연장 승부는 한번에 그쳤지만 대회마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김영주골프여자오픈과 롯데마트여자오픈, 한국여자오픈 등이 1타차 승부를 연출했다.

지난해 KLPGA 투어에서만 9승을 올렸던 ‘지존’ 신지애(21·미래에셋)의 미국 진출로 절대강자가 사라지면서 생긴 현상이다.

KPGA 투어에서는 더욱 심하다. 6개 대회 중 두 차례는 연장, 나머지 3개 대회는 모두 1타차 진땀승부가 펼쳐졌다. 몇 년째 절대강자가 없는 동안 선수들의 상향 평준화 현상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다.

팬들의 입장에서 짜릿한 명승부는 흥미를 유발하지만 선수들에게는 숨 막히는 순간이다. 매경오픈에서 연장전 끝에 우승컵을 들어올린 배상문은 “연장전에서 느끼는 중압감은 평소에는 느낄 수 없는 극도의 긴장감을 몰고 온다. 50대 50의 승부이기 때문에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수를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몰두하고 섬세해진다. 그렇지만 팬들은 이런 걸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반기 막바지에 접어든 국내 프로골프투어의 열기도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 서서히 상금왕 경쟁의 윤곽이 드러나는 등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새얼굴의 등장과 대회마다 이어지는 명승부가 투어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기대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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