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즌뛰어야FA…“너무길다”

입력 2009-06-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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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배구FA무엇이문제인가?
선수생명 짧은데 자격기간 길어
고졸 직행 박철우 11시즌 후 자격


남자 프로배구에도 자유계약선수(FA)제도가 도입될 전망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일 각 구단 사무국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실무위원회를 열고 FA 도입에 대한 합의안을 도출해 냈다. 다음 주로 예정된 이사회에서 이 안건이 통과되면 2009-2010시즌 종료 시점부터 FA제도가 실시된다. 프로배구 출범 이전인 2004년까지 입단한 선수들은 7시즌 종료 후부터, 2005년 이후 입단한 선수들은 6시즌 종료 후부터 FA가 되며 여기에 군 복무 기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기본 골자. 단, 프로 이전에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곧바로 입단한 선수는 대학 재학기간(4년)을 더 추가해 11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

○선수생명 짧은 배구, 기간 줄여야

남자 프로배구를 제외한 모든 프로 스포츠에는 진작부터 FA제도가 도입됐다. 여자 프로배구 역시 2007년부터 FA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종목별로 비교해 보면 남자 프로배구 FA제는 프로야구와 큰 틀에서 비슷하고, 구단과 선수 간 계약기간이 끝나면 곧바로 FA가 된다는 측면에서 남자 프로농구나 프로축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표 참조)

그렇다면 현행 제도에 따르면 남자 프로배구 선수들은 언제 FA자격을 얻게 될까. 프로야구와 비교를 해보자. 고교졸업생이 신인의 70-80%%를 차지하는 프로야구는 A선수가 중고교를 정상적으로 졸업하고 20세에 프로에 입단해 매 시즌을 부상 없이 소화하면 28세 때 FA 자격을 얻는다.

배구의 경우 B선수가 대학 4년을 졸업한 후 2005년에 입단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2011년, 즉 29세가 됐을 때 FA가 된다. 군 복무를 해결하지 못하면 31세로 늘어난다. 배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생명이 짧기에 FA자격을 얻기까지 기간이 너무 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배구인은 “배구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고나면 그 충격이 다른 종목의 점프에 비해 훨씬 크다. 한 시즌도 부상당하지 않고도 30세 가까이 돼야 FA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기간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야구의 경우 해당 선수가 한 시즌 출전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을 경우 시즌 별 기록(경기출전 횟수 또는 등록일수)을 합산해 1시즌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프로배구가 참고해 볼 수 있는 대목 중 하나다.

○고교졸업 직행선수는 +4년? 독소조항

더 큰 문제는 프로 이전에 대학을 거치지 않고 고교 졸업 후 입단한 선수는 대학 재학기간(4년)을 더 추가해 11시즌을 뛰어야 FA가 된다는 규정이다. 이에 해당되는 선수는 현대캐피탈의 박철우(24) 뿐이다.

박철우는 이르면 2015년, 그 때까지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17년에나 FA자격을 얻게 된다.

KOVO는 남자 선수의 경우 지금까지 대학 졸업 예정자(학교장의 승인이 있을 경우는 대학 3학년도 가능)만 신인 드래프트 대상에 포함시켜 왔다. 프로배구 출범 후 고교졸업 예정자가 프로에 올 수 있는 길은 원천 봉쇄돼 있었던 셈. 프로배구 출범 당시, 고교 졸업생에게도 신인 드래프트 문호를 개방하면 대학배구가 고사할 수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 규정이 박철우 한 명만을 겨냥해 현 소속 구단이 그를 묶어두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각 구단 이해관계 첨예하게 대립

이처럼 남자배구가 FA제도 시행에 난항을 겪는 것은 구단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기 때문이다. KOVO가 수년 전부터 FA제를 도입키로 기본 방침을 정해놓고도 시행하지 못했던 배경이기도 하다. 이번 실무위원회에서도 구단 간 주장이 제각각이어서 합의안을 도출해 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는 후문. 심지어는 KOVO가 발표한 기본안 대로 이사회에 상정될지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는 말까지 흘러나온다. 원 소속 구단의 보상 및 이적료 문제나 시즌의 몇 %%를 소화해야 한 시즌을 뛴 것으로 인정할 지에 대해서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수년 째 계속돼 온 구단 간 이견을 조율하고 현실성 있는 중재안을 마련해야하는 것이 KOVO가 떠안은 과제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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