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리더십]구슬을보배로만든‘허심’

입력 2009-06-0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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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새벽 두바이 알 막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B조 6차전 UAE와 경기에서 2-0로 승리를 거두고 월드컵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후 7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허정무 감독이 입국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인천공항ㅣ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권위대신선수와대화자율축구뿌리…고비서도실력위주영건선발‘뚝심’…“16강은첫관문일뿐”꿈은원대하게
허정무 감독은 남아공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뒤 환하게 웃었다. 오랜만에 여유를 되찾은 듯 허 감독은 “그 동안 모두가 고생해서 고비를 잘 넘긴 덕분”이라며 공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돌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8강 진출 실패와 2000년 아시안컵 성적 부진으로 2002년 월드컵 본선 지휘봉을 잡겠다던 뜻을 이루지 못하고 물러나야 했던 허 감독은 7년여 만에 재도전해 자신의 뜻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월드컵 감독 한 풀이”라는 그의 표현대로 의지와 집념으로 일궈낸 쾌거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자율 축구

원래 허 감독은 강한 이미지였다. 2007년 12월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뒤 몇몇 선수는 걱정까지 했다는 얘기가 나돌 정도로 ‘호랑이 선생님’이었다.

하지만 그는 달라졌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변신해 선수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팀워크를 만들어나갔다.

한국대표팀 훈련의 키워드는 ‘자율’이다. 소속팀에서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한 선수들이 짧은 대표팀 훈련에서는 전술적인 부분을 제외하면 스스로 준비를 하도록 했다.

주장 박지성을 통해 선수들에게 요구 사항을 전달했고, 세부 전술까지 선수들과 함께 상의해 준비하는 등 선수들의 의견을 대거 반영했다.

그 결과 선수들의 책임의식이 강해졌고, 선수들은 위기상황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허정호의 출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초반 A매치 경험이 없는 선수들을 대거 발탁하며 흔들렸다. 고비도 여러 차례 있었고 비난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위기 속에서도 허 감독은 자신이 계획했던 대로 팀을 이끌었다. 더욱 빛난 부분은 세대교체와 과감한 선수 선발. 그는 이름값을 버리고 철저하게 실력 위주로 대표팀 멤버를 선발했다. 나이와 경험을 가리지 않고 기량이 있는 선수에게는 무조건 기회를 줬다.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자는 가차 없이 대표팀에서 내보냈다. 그의 이런 선수선발 원칙은 기성용, 이청용, 이근호 등 신성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세계무대 2번 실패는 없다.

허 감독의 첫 번째 목표는 월드컵 16강 진출.

그는 “일단 16강에만 오르면 그 이후에는 더 좋은 성적도 가능하다. 우리 선수들은 한번 불붙으면 모른다”고 말했다.

허 감독은 세계무대에서 한번 실패를 경험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1패를 하고도 첫 경기에서 스페인에게 0-3으로 패한 탓에 골 득실에서 밀려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당시를 잘 기억하고 있는 허 감독은 “첫 경기와 유럽국가와의 경기가 월드컵 16강 진출을 좌우할 것”이라며 “월드컵에서는 한 조에 유럽 1-2팀은 꼭 들어간다. 유럽을 넘지 못하면 16강은 없다”고 강조했다.

허 감독은 앞으로 유럽 강팀들과의 평가전을 통해 선수들이 유럽의 빠른 템포 축구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그래야만 세계무대에서 연속 실패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바이(UAE) |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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