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배팅볼,몸풀기아닌실전용돼야”

입력 2009-06-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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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팅볼투수얼마나중요한가?…프리배팅,타자들기살려주기불과
LG전을 앞둔 10일 잠실구장. 두산 김경문 감독은 배팅케이지 뒤에 서 있던 포수 용덕한을 불러 이렇게 지시했다. “김광림 타격코치에게 가서 ‘(타자들이) 너무 직구만 치게 하지 말고 느린 공도 자꾸 쳐보게 하라’고 전해라.” 그러더니 의아해 하는 취재진을 향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제 프리배팅도 ‘경기를 위한 훈련’이 돼야 한다”고.

○전문 배팅볼 투수가 필요하다

각 팀 타자들은 경기 전 3개 조로 나뉘어 1시간 정도 프리배팅을 한다. 이 때 배팅볼을 던지는 사람은 대부분 선수 출신의 현장 프런트. 가끔은 코치들이 직접 나선다. 삼성은 선동열 감독의 지시에 따라 조계현·전병호 두 투수코치가 종종 배팅볼 투수를 맡기도 한다. 하지만 타자들의 배팅 타이밍에 맞춰 볼을 던져주는 경우가 대부분.

당일 상대 선발에 따라 좌·우완이 결정되고, 직구냐 변화구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김 감독은 “아직까지는 프리배팅이 타자들 기를 살려주기 위한 ‘기분 전환용’에 불과하다. 하지만 감이 안 좋을 때를 위해서라도 체계적인 훈련이 필요하다”면서 “구단 여건상 배팅볼 투수를 따로 둘 형편은 못 되지만 앞으로 야구가 계속 발전한다면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한화 배팅볼 투수가 코너워크에 신경 쓰는 이유

한화 김인식 감독은 일찌감치 배팅볼 투수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도 배팅볼을 던지는 훈련보조요원들에게 신경을 많이 썼다. 한화 역시 한양대 외야수 출신인 우완 원정민을 배팅볼 전문 투수로 고용하고 있다. 한화에서 좌완 전문 배팅볼을 던져주는 한 프런트는 “좋은 투수가 나올 때면 감독님도 배팅볼에 신경을 많이 쓰신다. 코너워크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신다”면서 “같은 좌완이라도 봉중근(LG)이냐 김광현(SK)이냐에 따라 다르게 던진다”고 했다. 김경문 감독도 “김인식 감독님 의견에 동의한다. 갈수록 배팅볼 투수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차피 실전과 달라…경기감각 유지에 필수

반면 LG 김재박 감독은 프리배팅을 ‘경기 감각 유지’ 차원으로 여기고 있다. 배팅볼 투수에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 때는 어차피 투수들이 타자들이 치기 좋은 공을 던지지 않는다. 프리배팅은 일종의 습관이라고 여기면 된다”는 설명. 수위타자인 페타지니 역시 컨디션이 바닥을 친 날에도 프리배팅을 거르지 않는 편이다.

LG 이진영도 “배팅볼의 질에 따라 타격에 영향을 받는다고 보기는 힘들다. 배팅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타격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는 배팅볼도 좋은 공이 왔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사실”이라면서 “나는 크게 구애받지 않지만 배팅볼에 신경을 많이 쓰고 예민해 하는 선수들도 있다”고 전했다.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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